한·대만등 활동가들 신중 의견 반영
"자연상태에선 개체수 오히려 감소"
버드라이프 "새로운 정보 살필 것"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을 하향 조정하려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한국, 대만, 홍콩 등 세계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등급 조정을 보류한 것으로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16일 국제조류보호기구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 측은 경인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 조정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조류 1만1천종을 조사해 멸종위기 등급에 대한 평가 의견을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제출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1948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정부, NGO, 시민단체 등 1천400여개의 조직이 가입해 동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에서 활동하는 이안 버필드 박사는 경인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을 낮추는 것에 대해 전 세계의 저어새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며 "이들이 제시한 저어새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의견을 살펴보기 위해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에 대한 최종 결정을 보류한다"고 했다. → 이메일 원문 홈페이지 참조
최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위기(EN)' 등급인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을 두 단계 낮춘 '준위협(NT)' 단계로 낮추기 위한 검토를 벌였다.(5월11일 온라인보도) IUCN은 멸종위기 동물을 멸종위험도 순서대로 절멸(EX), 야생절멸(EW), 위급(CR), 위기(EN), 취약(VU), 준위협(NT), 최소관심(LC), 정보부족(DD), 미평가(NE) 등 9개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4~6년마다 저어새를 포함한 전 세계 조류의 멸종위기 등급을 새롭게 평가한다. 저어새에 대한 평가는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1995년 400여 마리에 불과하던 저어새가 2022년 6천여 마리로 늘어났으며 개체 수와 서식지 면적 등 IUCN의 멸종위기 등급 기준을 비추어 보았을 때 저어새가 '위기(EN)' 등급에 해당하지 않아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저어새가 서식하는 한국, 대만, 홍콩 등 세계 조류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은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을 신중하게 조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측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에서 발송된 의견서는 6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인천갯벌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협력단을 포함해 18개나 된다. 이들은 저어새 개체 수 증가는 전 세계 최대 서식지인 대한민국(인천 갯벌 등)을 비롯해 대만과 홍콩, 일본 등 저어새 월동지 국가, NGO, 조류 전문가 등의 인위적인 노력 덕분이며 자연 상태에선 저어새의 수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저어새의 멸종위기 등급 조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인천 등 서해안 일대는 전 세계 저어새의 80% 가량이 태어나는 주요 번식지다. 매년 봄이 되면 저어새들은 인천(남동유수지 등 갯벌) 등을 찾아와 알을 낳고 겨울이 되면 월동지인 홍콩, 대만, 일본 등으로 떠난다.
우리나라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은 시민과 함께 저어새가 주로 번식하는 남동유수지를 정비하고 둥지 재료를 가져다 놓는 등 저어새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홍콩, 대만, 일본 등 현지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과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각국 활동가들은 저어새 발목에 '가락지'를 부착해 가락지 색과 알파벳, 숫자로 출생 국가와 출생 시기 등을 구분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저어새 보호를 위해 연대하고 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