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지역동행플랫폼 지역 현안 토론회]
‘인천 문화예술 생태계 현황과 활성화 모색’
지역문화진흥법 시행 10년 평가 필요
사회 환경·문화 패러다임 급속한 변화
지역문화진흥기금 등 재원 방안 마련해야
토론자들 시스템·투자·조사 등 목소리
‘지역문화’란 개념과 원칙을 ‘지역문화진흥법’이란 법률로 처음 규정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비로소 ‘문화자치’ 영역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그 10년 동안의 인천 문화예술 생태계를 되돌아보는 토론회에선 “기초는 부실하고 겉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와 인천대학교 지역동행플랫폼·문화대학원 주관으로 지난 17일 오후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인천대 지역동행플랫폼 16차 지역 현안 토론회의 주제는 ‘인천의 문화예술 생태계 현항과 활성화 방안 모색’이다.
발제를 맡은 손동혁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우선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취지와 추진 과정, 법 제정 의미와 과제 등을 짚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예술진흥법, 지방문화원진흥법 등 기존 법률에서 지역문화에 관한 사항이 단편적으로 규정돼 지역문화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 2014년 제정·시행됐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 향상을 도모하며,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2001년부터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운동이 일어났지만, 법제화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법 제정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 단위로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평가할 법적 의무가 생겼으며, 정부 계획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시도지사)는 5년 단위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평가해야 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는 제2차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2020~2024년)과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제3차 계획 수립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손 이사장은 “인천시는 법정계획인 제2차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조례에 기반한 인천 예술인 플랜(2020~2024년), 인천문화예술교육계획(2023~2027년)을 구분해 수립했다”며 “이들 계획이 얼마나 실행됐고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의 사회 환경과 문화정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은 도시 면적과 인구 모두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도시다. 문화적으로 다른 문화권이 인천 안에서 어울리고 있다. 원도심(중구·동구·미추홀구 일대)이 아닌 추후 인천으로 편입된 남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의 인구가 인천시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서울로 가는 교통편이 상대적으로 좋다.
손 이사장은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재난과 위험사회의 전면화, 혐오와 집단 갈등의 확대, 문화다양성 인식 확대,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 발전과 생활양식 변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1인·2인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 같은 사회 환경 변화에서 문화정책과 문화자치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문화자치를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법률적인 문화예술 조사·통계는 대부분 문체부에서 내고 있고, 지역에서 만드는 통계는 법률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숫자인데, 문화자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현황이 어떠한지 조사하고 그 내용이 축적돼야 한다”며 “중앙에서 전국적으로 나온 수치들은 해당 지역에서 정책 수립에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분권 정책에 따라 중앙 정부의 자원과 권한이 광역단체로 넘어오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광역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어떻게 분권할 것인가는 문화자치 영역에선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문화기본법’이 규정한 문화정책 전담기관이 지역에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문화 재원의 확충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정부 지원 확대, 기본 재원인 ‘지역문화진흥기금’ 설치 의무화와 운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 이사장은 “현재 지역 문화 현장은 전문 인력과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 부족, 취약한 연구 기관·인력, 관 주도 또는 형식적 거버넌스, 시설 건립 중심 문화정책, 지역 경제에만 몰두하는 축제 등으로 기초는 부실하고 겉만 요란한 형국”이라며 “가뜩이나 적은 문화예산을 중앙정부 사업에 매칭하고 있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 기획은 말잔치로 끝나거나 겨우 흉내만 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 이사장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장과 밀착해 지자체가 하기 어려운 사업을 문화적으로 접근해 펼쳐 나가고자 했던 지역문화재단 본연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인천시, 시의회,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에선 다양한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장한섬 길오페라 대표는 “기존 행정 문화와 시스템의 변화 없이 개체 수만 늘린다고 다원성이 증대하고 창의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며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시민사회가 어떻게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견인할 리더그룹을 육성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류성환 제물포갤러리 관장은 “정책 수립·운영 과정에서 전문가와 예술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인천시 문화예술 재정 확대를 통해 지역 전문예술 지원 확대, 민간 기업 후원과 투자 유치 확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한상정 인천대 문화대학원 지역문화학과 교수는 “예술인들의 활동을 인천 내에서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연령대별로 필요한 활동은 어떻게 분류하고 지원해야 할지 등 기초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채 각종 지원사업과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이 문제”라며 “지역문화 실태조사와 지역문화 정보화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구영미 인천시 예술정책과장은 “지역문화진흥법이 강조하고 있는 시민 중심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문화예술계와 소통, 정책 개발, 예산 확보 등에 전력하겠다”고 했다.
김종득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문화진흥기금 마련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금 조성이나 문화자치 등 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을 인천시 관련 부서에 알리고, 위원회 차원에서 법과 연계한 조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