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당 8천원대… 예년비해 20% 감소

8~9월 잡히던 물렁게, 봄부터 늘어나

산란기에 바다층 간 수온차 원인 꼽혀

인천시 중구 인천수협연안공판장에서 서해에서 갓 잡은 꽃게 경매가 열리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 중구 인천수협연안공판장에서 서해에서 갓 잡은 꽃게 경매가 열리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게 품질이 올해 들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은 늘었지만 상품성이 낮아 어민과 시장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9일 인천수협에 따르면 중구 연안부두 공판장에서 거래되는 꽃게 1㎏의 평균 경매 가격은 8천원 안팎이다. 예년 같으면 꽃게 1㎏당 경매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으나 올해는 상품 가치가 좋은 꽃게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4~5월에 잡히는 꽃게는 암컷이 많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을 밴 꽃게의 상품성이 좋다. 하지만 올해는 알을 충분히 밴 암꽃게는 물론 살이 꽉 찬 숫꽃게도 많이 줄었다는 게 수협 관계자들 설명이다. 인천수협 연안공판장 소속 한용복 경매사는 “매일 30t 안팎의 꽃게가 연안 공판장으로 들어와 거래되는데, 어획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준”이라며 “다만 암꽃게의 알이 적게 차는 등 꽃게의 생육 상태가 좋지 않아 거래 가격은 평년보다 떨어졌다”고 했다.

꽃게로 유명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도 예년보다 제값에 팔리는 꽃게가 많지 않다고 한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꽃게는 경매 공판장에 오르지 못하고 찌개용 또는 양념 게장용으로 팔리거나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안광균 소래포구전통어시장 상인회장은 “속이 덜 찬 꽃게는 어민들의 직거래 장소인 난전 시장에서 팔리는데, 올해 난전 시장으로 나오는 꽃게가 늘었다”며 “상품성이 좋은 꽃게가 많지 않다 보니 어시장 상인들의 수익도 예년만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 앞바다를 비롯해 서해에서 살이 차지 않거나 껍질이 덜 여문 ‘물렁게’가 나오는 시기는 통상 8~9월이다. 산란기에 해당하는 6~8월 사이에 알을 낳은 암꽃게들이 허물을 벗으면서 껍데기가 단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가을을 지나면서 껍질이 단단해지고 살이 차올라 물렁게가 점차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봄부터 물렁게가 잡히는 경우가 늘었고, 올해는 그 숫자가 증가하면서 어민들과 어시장 상인들의 우려도 커졌다.

봄철부터 물렁게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례적이라고 본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원인 파악에 나섰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지난 3월 ‘서해 봄어기(4~6월) 꽃게 어획량’ 자료를 통해 올봄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산란기(5~12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아 꽃게 성장에 필수 요소인 영양염과 염분 등이 충분히 공급됐기 때문이다.

서해수산연구소는 꽃게의 성장이 부진한 원인에 대해 지난해 산란기에 표층과 저층(심해)의 온도 차가 컸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 이수정 연구사는 “수온 차이가 꽃게 생육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수는 없다”며 “서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확인하고 있으나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