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가들 개인정보 중요성 강조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법률통제
새로운 형식의 반경제적 위압조치
반일조장 정치프레임 해결책 아냐
범부처 TF 구성, 주권 재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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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라인 사태. 한일간의 현안이 되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규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 외교가 불러온 참사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역사, 영토에 이어 이제는 기업까지 강탈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해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 야후의 개인정보 52만건이 유출된 이후 네이버나 일본 정부와 소통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반일을 조장하는 정치 프레임이 국익이나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라인 사태를 친일과 반일로 보는 시각을 넘어, 내재한 문제의 본질을 볼 필요가 있다. 왜 일본이 행정지도의 방식을 사용하였는가. 알려진 대로 일본 총무성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라인 야후에 대해 네이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도록 행정지도를 하였다. 행정지도는 일본 특유의 행정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대방의 동의와 협력을 전제로 한다지만 압박 등과 같은 권력적 사실행위 방식으로 행해진다. 특히 행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없을 때 사용된다.

라인 사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주요국이 개인정보와 정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가를 봐야 한다. 미국은 2024년 2월 '우려국에 의한 미국 시민의 대량의 민감 개인 데이터 및 미국 정부 관련 데이터 접근 방지에 관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미국은 자국민의 민감한 개인 데이터나 정부 관련 데이터가 중국 등에 의해 악용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이버 공격이나 스파이 활동을 위해 공무원 등을 추적해 프로파일을 구축하거나 저널리스트 등의 정보를 수집해 협박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대국이 대량의 민감 개인 데이터를 사용해 AI 능력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되면, 그 결과 역시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것이다.

주요국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EU, 중국, 일본 등에서도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법령이나 정책들이 있다. 라인 사태는 일본인의 개인정보와 국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일본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 플랫폼을 통제하는 경제 제재 수단이다. 이미 일본은 강제 동원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 수출규제를 했다. 라인 사태는 새로운 형식의 반경제적 위압조치(economic coercion)라고 할 수 있다.

주요국의 반경제적 위압조치는 힘을 바탕으로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최근 EU는 반경제적 위압조치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였다. EU는 관세 부과와 수출입 제한 및 직접투자 규제 등의 조치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라인 사태는 일본이 경제 안보 차원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보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일본은 행정지도로 민감한 개인정보와 정부 데이터의 통제를 시도하지만, 안보 차원에서 결국 법률로 통제해 갈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은 물론 주요국의 반경제적 위압조치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공데이터법은 행정안전부, 국방통합데이터는 국방부, 신용정보법은 금융위원회, 정보통신망법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산업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주무관청이다. 중첩된 데이터 관련 법령과 각각의 주무관청으로는 데이터 주권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부처이기주의를 우선 타파하고,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라인 사태는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를 안보 자산으로 보아 통제하는 국제적 흐름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정치적 비난과 여론을 동원한 대응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안보는 도덕적 호소나 정치적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요국은 민감 개인정보와 정부 데이터를 경제 안보와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과 정보기관 등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 TF를 구성하여, 데이터 주권의 재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