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계 "손실대책 우선 마련" 지적
과일 등 시설 노후화로 다량 폐기
저온경매 가능 전국서 겨우 1곳뿐


농산물도매시장
경기도의 한 농산물도매시장 경매장에 경매를 앞둔 과일이 쌓여 있지만 시설이 노후돼 저온시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24.5.19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과일과 채소 가격 폭등으로 인해 물가불안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농산물 유통구조 효율화 추진'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농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단계 축소, 비용 절감이 가능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구조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거래 품목 확대, 판매자 가입기준 완화,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업계 등은 농산물 유통과정에서 품질 저하 등의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름철 폭염에 취약한 과일은 경매나 유통과정에서 농산물도매시장마다 연간 수십~수백t 가량 폐기되는 만큼 저온시설로 이를 줄이기만 해도 가격안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새벽 경매를 마친 과일들은 중도매인 점포로 옮겨지게 되는데 냉장시설이 없거나 크기가 작아 점포 한 쪽에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이 농산물도매시장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최근 둘러본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과 구리농산물도매시장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정부에서 현재 과수경쟁력 제고사업을 통해 저온 피해나 폭염에 대비할 수 있는 (저온)시설들을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 보급률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비롯해 수원, 안산, 구리농산물도매시장 등 전국 32개 농산물도매시장 중 과일 경매장에 저온경매·유통체계를 갖춘 곳은 단 1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산물도매시장
경기도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에 상품성이 떨어진 양파가 박스에 한가득 담겨져 있다. 판매되지 못한 양파는 폐기물로 처리된다. 2024.5.19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농산물도매시장이 대부분 1980~1990년대 건설돼 시설이 매우 노후화된 측면도 있지만, 농산물시장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도매시장법인의 무관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여름철 폭염 속에 유통되는 과일은 조기숙성이나 부패 등으로 인한 감모(수량부족)율이 높게 발생하는데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감모 손실은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되고 있다. 이는 과일을 출하한 농가가 추후 중도매인으로부터 감모만큼 대금을 뺀 채 수취값(정산)을 받기 때문이다.

한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더운 여름철 경매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만 줄이더라도 농가엔 수취값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가격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