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중심 교통인프라 집중
정책 끝없이 추진… 지방소멸 가속
기능 분산위해 GTX건설 신중해야
대규모 역투자 지역 균형발전 도모
'15메가 시티'로 변하는 세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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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약 2천600만명이므로 서울과 수도권을 합친 대서울을 '26메가 시티'라 부를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야의 SOC 공약의 총예산은 277조8천693억원이고, 그중 GTX 건설 예산은 133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인력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경제 개발을 하면서 남동임해공업지역에 대규모 중화학 공업 지대가 형성되었지만, 이러한 공업지대는 육상 교통수단으로 원료를 수송하고 생산품을 배로 쉽게 수송할 수 있는 수송 적환지 지역인 바다에 접한 지역에 주로 형성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하다 보니 수도권 집중을 피할 수 없었다. 지방에서 서울과 연결된 고속도로는 수십 개이고 수도권의 전철망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지하 40~50m에 설치한 급행철도로 시속 180㎞/h의 속도로 운행하여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약 20분 이내에 도달하는 철도이다. GTX-A 노선은 현재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어 운영 중이다. A노선의 나머지와 B, C 노선도 곧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천과 경기도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고속으로 연결하는 것은 사실 서울의 확장을 의미한다. GTX 역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사는 국민은 쉽게 서울에 진입함으로써 서울의 물리적 거리가 단축된다. 이에 따라서 많은 국민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과 그 주변에 산재해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다. 수도권의 신도시들은 더욱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들을 겨냥하여 GTX 공약이 남발하며, 이런 공약을 내 걸고 당선된 국회의원은 실제로 GTX 건설을 추진한다. 선거 공약이지만 GTX D, E, G, H 노선이 지도에 그려지고 건설을 약속하는 정치인이 늘어났다. 앞으로 여러 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에 실제로 GTX 노선이 실행될 공산이 높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을 가속하는 다양한 인프라 건설, 문화시설 건설, 서울과 그 주변에 대규모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26메가 시티를 더 '울트라 메가 시티'로 만들 것이며, 지방소멸을 가속할 것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행·재정이 수도권에 집중하는 정책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만 보더라도 GTX B 노선, D, E, G 노선이 인천을 지나가기 때문에 시민들은 GTX 건설을 반긴다. 사실 이러한 광역급행철도의 건설을 무조건 반길 일이 아니다. GTX 노선의 말단에 위치한 수도권 도시의 서울 종속이 더욱 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기능을 분산하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 서울 집중을 부채질하는 광역급행철도 건설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수도권에 투입된 재정은 막대하다. 서울은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의료시설이 좋고, 교육환경, 문화환경이 우리나라 최고이다. 이렇다 보니 누구나 서울에 살고 싶어 한다. 젊은이들도 서울에 모여들지만 높은 집값과 고급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주거 빈곤과 일자리 빈곤에 처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요인들이 저출산의 강력한 요인으로 작동한다.

26메가 시티를 완화하고 우리나라 전체가 균형있게 잘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의 집중을 막기 위해선 수도권과 지방에 대규모 역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서울에 투여하는 재정을 줄이고 지방과 GTX 종점 근처에 대규모 첨단 산업을 유치하여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인천을 예로 들면 경제 자유구역인 송도, 청라, 영종, 강화 남단 지역 등에 고급 일자리가 생겨나면 서울 시민이 역으로 인천으로 출근하거나 아예 인천에 정주할 것이다. 지방도 고급 첨단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지방의 사회 인프라가 개선되고, 고급문화 시설이 설치된다면 수도권의 인구가 지방으로 역 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26메가 시티가 15메가 시티로 변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