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 위헌 소송·학생인권조례 통합… '권리 위축' 걱정


'정서적 학대' 모호성 4번째 시험대
'안전 보장' 과거 3건 전원일치 합헌

道교육청, 교권과 합친 조례 추진에
도민대책위 "대립 개념 아냐" 반발

전문가 "현장 보완 매뉴얼 확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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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의 적법성이 다시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주호민씨 자녀 특수교사를 맡은 A씨의 기자회견 모습. /경인일보DB

최근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이어 정서적 아동학대 규정에 대한 위헌 소송까지 제기(5월20일자 7면 보도=주호민 자녀 학대혐의 교사, 위헌심판 청구)되면서 학생인권의 입지가 요동치고 있다. 교권보호 여론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권리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침해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이어진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증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A씨 측은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혐의에 적용된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5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는 규정이 모호해 형사처벌 근거로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위헌 소송 접수 때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합헌'이었다. 헌재는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에 제기된 세 번의 헌법소원(2015·2016·2020년 선고) 사건 모두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시했다. 세 건의 결정문에서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으나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학대행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함으로써 건강과 행복,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려는 아동복지법 입법 취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공통된 판단을 내놨다.

그럼에도 아동복지법은 다시 한번 적법성을 두고 법원의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개편까지 추진되면서 지역 내 학령기 아동들의 인권이 과도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도교육청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교권과 통합한 '학교구성원' 보호 조례안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대 퇴행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경기지역 교사노조들마저 학교구성원 권리 보호에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현장의 혼란을 낳고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악 저지 경기도민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외적 교권 침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학교 현장의 아이들은 위축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인권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데, 교권 침해 원인이 학생인권이라는 프레임이 퍼지면서 갈등만 더 유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법적 권리 변동보다 학교구성원 모두를 보호할 매뉴얼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훈태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의 법 적용 과정에서 판단 주체나 관련 기관의 전문성 등으로 모호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는 데다 학생인권조례도 제정까지 수많은 노력이 있었고 성과와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마냥 폐지가 옳다고 하긴 어렵다"며 "권리 보장의 과도기적 단계에서 교육청 등이 현장을 보완할 행정적 매뉴얼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