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전세사기 일당'의 총책으로 지목된 40대 강모씨가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18억원대 전세사기 범죄 항소심 첫 재판에서 감형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씨의 전세사기 범죄 규모는 재판 중에도 확대되고 있다. 강씨와 관련된 추가 고소가 접수되면서 현재 전체 범죄 피해 규모는 최소 3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당초부터 기망 의도는 없었다"는 강씨의 항변 자체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에 가깝다.
강씨는 지난 2021년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 임차인 14명의 전세금 18억3천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받았다. 강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임대인 김모씨에게는 징역 4년형이 선고됐다. 그의 최측근이자 70억원대 고소가 접수된 또 다른 40대 남성은 해외로 도피해 10개월째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강씨에게 이끌려 허위 전세 계약을 체결해 범행에 연루된 A씨와 B씨 등에는 원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다. A·B씨를 제외한 피고인 강씨·김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 부당을 이유로 원심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2월 쌍방 항소했다.
전세사기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악질적인 중범죄다. 현행법은 5억원씩 2명 이상에게 사기 친 범죄자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을 적용하지만, 1억원씩 50명에게 사기를 친 범죄자는 일반 사기범에 해당된다. 전세사기로 수십, 수백억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피해자별 피해 금액이 기준이 되면서 사기범들에 대한 상응한 처벌이 힘든 실정이다. 철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사기 범죄가 이뤄지는데도 범죄단체 조직죄도 적용되지 않는다.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와 추징이 어려워 피해자들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린다.
전세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 범죄 양형 기준에 대해 논의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기 범죄 양형 기준의 손질은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대법원마저 국민 의식에 비해 양형 기준이 턱없이 낮다며 강화에 나선 마당에 전세사기 총책으로 지목된 자가 감형을 당당하게 요청하니 기가 막힌다. 법원은 국민 눈높이에 합당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도록 사기범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정의가 실종된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영원히 벗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