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즐거운 생활' 체육 분리
코로나 영향 비만율 증가 등 이유
교육계 이해 당사자들 찬반 팽팽
교사노조 설문 90% "필요 못 느껴"
반대 배제… 민주적 문화 싹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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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앞으로 초등학교 체육교육에 큰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4월26일에 교육부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여 초등학교 1·2학년의 체육, 음악, 미술을 통합한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체육을 분리·신설하기로 결정하였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청소년 체력이 약해지고 비만율이 증가하자 교육부는 작년 10월31일에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초등학교 1·2학년에서 체육을 독립하여 신설하겠다고 하였다. 교육부는 이런 개정안을 지난 2월에 국교위에 요청했는데, 국교위가 교육부 요청을 두 달 만에 수용한 것이다. 앞으로 국교위는 교육과정 개정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개정안 연구를 하여 개정안을 만들게 된다. 국교위는 개정안이 만들어지면 심의·의결한 뒤에 '고시'하는 절차를 밟고 그 후에 교과명과 교과서 개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교과목 분리에 통상 2~3년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즐거운 생활'도 1987년 6월에 통합과목으로 고시됐지만, 시행된 것은 1989년 3월부터였다. 35년이 지나 체육이 단독과목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국교위에 요청하고, 국교위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2개월간 체육교육 분야 이해당사자들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양분되었다. 먼저 체육학계, 학부모단체, 체육시민단체가 교육부 개정안에 찬성하였다. 한국체육학회와 체육학 17개 단체가 공동으로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교육적 발달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중대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초등 1·2학년의 체육 수업이 따로 없어서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Fundamental Movement Skills:FMS)'을 익히는 기회를 놓치고 운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운동과 멀어지는 문제가 있고, 초등 1·2학년이 신체 발달의 중요한 시기로서 소근육뿐만 아니라 대근 활동이 많이 필요한데 대근 활동이 부족하여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을 익히기 어렵다면서 체육 수업 분리를 촉구했다. 또한 33개 시민단체가 속한 '좋은교육을 위한 학부모 및 시민 단체 총연합'(좋은교육단체총연합)과 체육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도 국교위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들과 교육행정가를 중심으로 체육교과 분리안을 반대하였다. 이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막 시행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체육을 독립교과로 운영하는 것은 혼란만 일으키니까 현재 교육과정에서 체육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도록 시설 확보와 인력 지원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4월23일과 24일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7천13명 응답자의 90%가 체육 교과의 분리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국교위가 특정 교과목 관계자의 의견만 반영된 의제에 대해 교사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국교위가 교육부의 일방적인 체육 교과 분리 개정에 동의한다면 국교위 존립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필자는 초등 1·2학년의 체육교과 분리안이 청소년 신체 발달에 이롭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이 결정 과정에서 반대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 이것이 민주적 정치문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민주주의가 어떤 사회에 안착되어 지속되려면 그 나라의 지도자와 시민들이 민주주의 사상과 가치를 가지고 민주적 실천을 수행하는 것을 지지하는 문화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였다. 민주적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은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민주적 방식에 의거하여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이다. 초등 1·2학년 체육교과 분리 결정 과정에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행태는 민주적 정치문화의 싹을 밟아버리는 것이다. 이제라도 다른 의견에 귀기울여 초등 1·2학년 체육수업 분리를 시행하기 위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