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항로 표시 등 대책 세우지만

법적 근거 부족, 어민 반발 부딪혀

전문가 “시흥사고 처럼 교량 위험”

신도대교의 보조항로(신도수로)와 주항로 위치도. /경인일보DB
신도대교의 보조항로(신도수로)와 주항로 위치도. /경인일보DB

어선 추돌 사고가 두 차례 발생한 인천 신도대교(5월3일자 1면 보도=‘탁상공론 해결책’에 신도대교서 반년만에 또 어선 추돌)의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인천시가 보조 뱃길인 신도수로를 폐지해 달라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요청했다. 인천해수청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어민 반대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면 교량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인천시·인천해수청에 따르면 최근 박덕수 인천시 행정부시장 주재로 ‘신도대교 어선 추돌 관계 기관 회의’를 열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을 모색했다.

인천시는 만조 시간대 보조항로(신도수로)의 형하고(해수면과 신도대교 상판 사이 높이)가 낮아 어선 통항이 불가능한 점을 인근 어촌계에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또 어선이 신도대교 상판 높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교량 기둥에 해수면 높이를 표기하는 등 안전항로를 나타낼 수 있는 표지 부착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인천시는 안전항로 표지 설치가 어선의 신도대교 추돌을 방지할 근본 대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지점의 어선 통항이 계속 허용되면 유사한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어선들이 주항로로만 다닐 수 있도록 형하고가 낮은 신도수로 폐지 방안을 인천해수청에 건의한 상태”라고 했다.

지난 1일 오전 신도대교에 부딪친 안강망 어선 원자호(9.77t). 어선 그물 인양 기둥이 쓰러진 채 김포 대명항에 정박해있다. 2024.5.1 /독자 제공
지난 1일 오전 신도대교에 부딪친 안강망 어선 원자호(9.77t). 어선 그물 인양 기둥이 쓰러진 채 김포 대명항에 정박해있다. 2024.5.1 /독자 제공

서해남북평화도로 1단계 사업으로 추진돼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신도대교는 길이 4.05㎞ 왕복 2차로 교량으로, 내년 말 준공(개통) 예정이다. 영종도 쪽 신도대교 주항로는 만조 때 형하고가 21m로 설계됐지만, 신도 쪽 신도수로는 만조 때 형하고가 7m 정도여서 그물인양 기둥이 세워져 있는 안강망 어선이 통과하기 어렵다. 이에 인천시는 간조 때만 어선이 신도수로를 이용하고 만조 때는 주항로를 이용하도록 했지만, 수십 년간 신도수로로 배를 몰던 어민들은 주항로 이용을 꺼렸고 결국 같은 지점에서 어선의 신도대교 추돌 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

신도수로 항로 폐지 건의에 대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어선 등 소형 선박의 통행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의견 조회 과정에서 어민 반대가 예상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규칙 ‘항로표지의 기능 및 규격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항행이 금지된 교각의 경간(기둥과 기둥 사이) 통행을 금지하는 ‘황색 경간등’을 설치할 수 있지만, 어선 등 소형 선박은 수심·높이·너비 등을 고려해 항행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추돌 사고는 어선만 파손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신도대교 준공 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교량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일반 교량은 위에서 아래로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되는데 어선이 측면에서 추돌하면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토목업계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는 압축강도가 크고 인장강도(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에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힘)는 낮아 충격에 약하다”며 “어선이 신도대교와 추돌하면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가 파손될 수 있고 교량 전체가 위험해진다”고 했다. 또 “시흥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도 한 개 거더가 부러지면서 다른 거더를 충격했고 도미노처럼 무너졌다”며 “같은 사고가 신도대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