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계약서에 의심없이 날인
체결내용 확인 안전장치도 없어
편리함을 위험과 바꾼 결과된것
피해자 없도록 제도 정비할때다
주택을 관리하며 임대를 대행하는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그 등록, 업무범위 등을 정하고 있다. 위 법률에 의하면 주택임대관리업은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주택을 임차하여 자기책임으로 전대하는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과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임대료의 부과, 징수 및 시설물 유지, 관리 등을 대행하는 위탁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으로 나뉜다.
자기관리형과 위탁관리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되는가에 있다. 자기관리형은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위탁관리형은 소유자가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위탁관리형은 정해진 수수료만이 수익이지만, 자기관리형은 어떤 임대차 조건으로 임차인을 들이느냐에 따라 회사의 수익이 달라진다.
사기에 이용된 사업 유형은 자기관리형이다. 집이야기나 더굿하우스 사건도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소유자에게 월세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놓고 임차인과는 전세계약(미등기전세)을 체결하거나, 임대차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잠적하자 소유자는 임차인에게 주택의 인도를, 임차인은 소유자에게 보증금반환을 요구하면서 소유자와 임차인 간의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본래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라면 주택임대관리회사와 임차인 간의 임대차계약은 소유자와는 관계가 없어야 정상이다. 소유자는 주택임대관리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임대관리회사는 임차인과 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사건의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임대인은 소유자이고, 주택임대관리회사는 임대인의 대리인으로 되어 있다. 즉, 소유자가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소유자 명의의 막도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주택임대관리회사가 소유자의 대리인이니 임차인은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보증금과 월세도 주택임대관리회사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어 임대차계약에는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주택임대관리회사의 이와 같은 꼼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 소유자는 전문회사인 주택임대관리회사를 신뢰하여 주택임대관리회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위탁계약서에 별 생각없이 날인을 한다. 주택임대관리회사의 업무범위나 임차인과 체결한 임대차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없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자로 하여금 보증상품에 가입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증상품에 가입하지 않거나 만료되더라도 소유자와 임차인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증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유자와 임차인 간의 분쟁에서 소유자는 자기관리형이라는 점을, 임차인은 표현대리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다투었다. 법원은 위탁계약서 내용에 입각하여 판단하였다. 위탁계약서에 '임대차계약 체결'위임이 없으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위임이 있으면 소유자가 피해를 입었다. 편리함을 위험과 바꾼 결과가 된 것이다. 편리하고 좋은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업이 제2의, 제3의 전세사기 주범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때이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