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22일 검찰에 가수 김호중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어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씨와 소속사는 단순 음주운전 사고를 구속이 필요할 정도의 초대형 범죄종합세트로 키웠다. 공인의 '자멸의 경로'로 두고두고 회자될 테다.
김씨를 무조건 감싸는 팬덤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를 비난하는 대중의 분노는 훨씬 강력하다. 김씨의 몰염치 탓이다. 몰염치의 백미는 범죄행위보다 공연 강행이다. 지난 9일 발생한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예정된 공연을 모두 감행했다. 구속영장 청구에도 오늘, 내일 예정된 공연도 강행한단다.
각종 범법 스캔들을 일으킨 공인들의 일반적 대응에서 한참 벗어났다.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배신한 사실에 공인들은 '자숙'과 '반성'으로 법적 책임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졌다. 염치가 작동하는 사회의 불문율이 법보다 무서워서다. 김씨의 공연 강행은 염치 사회의 불문율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 당황스럽다.
막대한 위약금과 열혈 팬덤이 김씨가 염치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식이면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김씨의 공연을 막을 도리가 없다. 구속돼도 적부심과 보석 등 법적 대응을 통해 풀려날 수 있고, 3심 재판까지 이어가며 무대에서 팬덤들의 환호를 받아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수오지심을 역행하는 '김호중 사태'의 근원으로 정치를 지목하는 평론이 적지 않다. 2심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대표와 원내대표의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제3당이 됐다. 보조금 횡령혐의로 재판 중인 시민단체 출신 여성 의원은 고법 유죄판결에도 의원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선 허위대출 혐의가 사실상 밝혀진 후보가 당선됐다.
염치가 작동했던 시절이었다면 공직과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해야 할 스캔들이다. 하지만 무죄 추정의 시간 동안 개인과 정당 팬덤의 묻지마 지지로 선출직의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한다. 김호중의 공연 강행과 팬덤의 맹목적 지지를 비판할 염치가 없는 사회가 됐다.
박완서의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염치를 차리다간 생존하기 힘든 전후 사회의 민망한 풍경을 그렸다. 생존을 위해 수치심을 버려야했던 시대를 반세기 이상 훌쩍 건너뛰어 다시 염치가 실종된 사회라니, 제대로 고장난 사회의 병리현상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