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비용 증가 원인… 미·중 갈등 영향 수지 균형 깨져


인천의 반도체 수출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오히려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비용은 늘었지만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줄면서 이윤이 줄어든 탓이다.

22일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에 따르면, 인천의 지난달 수출액은 48억7천8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42억2천300만달러)보다 15.5%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같은 기간 38% 증가하는 등 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이 57억3천9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0% 늘면서, 무역수지는 8억6천2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억8천만달러 적자를 본 지난해 4월보다 4.7배 늘었다.

수입액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소재·부품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천 반도체 산업은 핵심 재료인 웨이퍼와 회로기판(PCB)을 결합하는 후공정 패키징에 집중돼 있는데, 웨이퍼를 비롯한 각종 소재·부품을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산업이 침체하면서 수입액도 줄었지만, 올해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중국·대만에서 수입한 반도체 관련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의 30%를 차지했다. 반도체 수출과 수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수입액이 수출액을 역전하는 현상이 올해 들어 심화했다.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은 반도체 수출과 수입 경로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데 있다. 그동안에는 중국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만든 완제품을 중국으로 다시 수출하면서 대중 무역수지 균형을 맞춰왔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중국 경기 침체로 대미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인천의 반도체 산업도 '중국 수입-미국 수출'로 재편되는 추세다. 지난해 인천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미국은 1.6%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중국이 49.5%로 낮아진 반면 미국은 13.9%까지 높아졌다.

김하운 전 한국은행 인천지역본부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인천 무역 구조상 대중 수입이 늘고 수출이 줄면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반도체 수출이 늘면) 미국 정부가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산 반도체를 규제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럴 경우 한국 경제의 전초기지인 인천이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수출입 구조가 중국·반도체 중심으로 계속되면 무역수지 개선도 어려운 만큼 수출 품목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장은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에 앵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세제 혜택 등 신규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 반등하고 있는 인천의 화장품 산업 등 소비재 분야의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