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오전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차례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모두 동결된 바 있다.

11회 연속 동결된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한 물가 흐름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9%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물가는 같은 기간 19.1%나 올랐다. 신선과실은 무려 38.7%나 상승했고, 신선채소는 12.9% 높아졌다.

다만,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같은 기간 2.3% 등 올해 들어 꾸준하게 2%대에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금통위가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천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천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치인 2%p를 유지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 점도 금통위가 동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거론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0.4%p 높인 2.5%로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2.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와 같은 2.6%를 예상했으며, 내년 물가상승률은 2.1%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동결로 인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반등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