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영승 교사 사건을 담당해온 의정부경찰서가 22일 가해 혐의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해 8월 뒤늦게 알려진 이 교사 사망 사건의 배경에 학부모들의 교권침해와 학교 당국의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경기도교육청과 유족의 수사의뢰 및 고소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경찰은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피고소인들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무혐의 처분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괴롭힘 정황은 집요했다.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교사단체들이 반발하고, 임태희 도교육감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 부임한 이 교사는 수업중 부상을 입은 학생의 학부모에게 지속적인 보상요구에 시달렸다. 학교안전공제회의 보상으로 매듭지으면 그만인 사고였다. 다음해 입대했지만 학부모의 요구는 지속됐고 전역 뒤에 10개월간 보상금을 지급하기에 이른다. 2021년 복직해서는 곧바로 따돌림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와 장기결석 학생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시달렸다. 장기결석 학생 학부모의 경우 이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장례식장에까지 와서 확인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결국 이 교사는 군복무기간을 포함해 교사로 재직했던 처음부터 끝까지 학부모 민원의 덫에 갇혀 신음했던 셈이다. 학교는 군 복무중인 이 교사에게 학부모 민원을 미뤘고, 극단적인 선택의 사유마저 은폐했다. 교직에 인생을 걸었던 청년이 교단에서 철저히 고립된 채 죽음에 내몰린 정황들은 국민 정서상 범법의 혐의가 짙었고,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직장내 괴롭힘이나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등 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 교사가 생존해 피해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면 가해 혐의자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말 할 수 없는 이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경찰의 수사는 철저하고 집요했어야 마땅했다. 이 교사 사망과 가해 혐의의 인과관계를 특정하지 못한 수사 결과는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들다. 경찰의 최종 결론과는 상관 없이, 검찰과 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볼 이유와 명분이 충분한 사건이다. 교육청과 교원단체,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에 이를 법적 절차를 적극 검토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