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그리기' 가족들 이색 추억
3만5천t급 선박 통과 바쁜 붓질

올해 준공 50주년을 맞은 인천항 갑문에서 '제27회 바다그리기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25일 대회 참가자 등 인천 시민들은 평소엔 공개되지 않는 인천항 갑문의 이색적인 풍경을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인천항 갑문은 국가 보안 1등급 시설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다. 하지만 이 시설을 관리하는 인천항만공사가 이날 어린이 등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가족 단위로 찾아온 시민들은 갑문 일대에 텐트나 돗자리를 펼쳐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천항 갑문은 최고 10m에 이르는 인천 앞바다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조성됐다. 물을 막아두고 있다가, 배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수문을 열어 수위를 맞춰 배가 입출항할 수 있도록 한다.
외손주 삼남매와 바다그리기대회 행사장에 온 김택영(66)씨는 "과거 인천부두의 모습과 갑문이 처음 생겼을 때의 모습이 새록새록하다"며 "준공된 지 50년이나 됐다는 것을 몰랐다가 이곳에 와서 알았다. 손주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의 인천항 갑문은 제2갑문(독)으로 불리기도 한다. 앞서 1918년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제1갑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1갑문 축조공사에 당시 수감자였던 백범 김구 선생이 동원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천항 물동량이 급증했고, 현대식 갑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1964년 인천항 현대식 갑문 공사에 착수했고, 1974년 지금의 인천항 갑문이 준공됐다. 50년의 역사를 지닌 갑문은 아직도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바다그리기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이날 오후 2시께에 3만5천t급 선박인 ARYA호가 갑문을 통과했다. 이 선박은 길이가 200m, 폭은 32m에 달한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선박의 웅장함에 연신 감탄했다.
신연재(부연초2)양은 "이렇게 큰 배는 처음 봤다. 100층 아파트를 눕힌 것보다도 커 보였다"며 해맑게 웃었다. 허민경(용현초5)양은 "이렇게 큰 배가 항구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며 "여기 말고 이런 배를 볼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인천항 갑문 인근에는 갑문 건설 배경과 변천사를 알 수 있는 홍보관이 있다.
초5·중1 자녀와 왔다는 박양훈(48)씨는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홍보관을 찾아가 갑문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로 갑문 안에 들어와서 보니 기술력과 규모가 정말 남다르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펜스를 좀 더 높게 설치하는 등 보안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시민들에게 더 자주 갑문 시설을 개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