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협력업체 577곳… 12.3% 감소
1곳과 전속계약, 판로 다각화 애로
'미래차 전환 지원' 정부 혜택 소외

한국지엠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 부품 협력업체들이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완성차의 부품 협력업체와 비교해 사업 재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부 지원 정책에서도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 3사(한국지엠·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의 숫자는 577개로 집계됐다. 2022년(648개)보다 1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인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682개로 변화가 없었다.

부품업체의 매출도 원청기업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 중견 3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총 매출액은 1조7천983억원으로 현대·기아차 부품 협력업체 매출액(5조4천228억원)의 33.1%에 그쳤다. 2014년에는 중견 3사 납품 기업 매출액(1조8천299억원)이 현대·기아차 납품 기업 매출액(3조3천479억원)의 54.6% 수준이었으나, 10여년 사이 급감했다. 납품 대상 완성차 업체의 규모에 따른 부품업체의 실적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양극화 현상은 자동차산업 특성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부품 협력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연계성이 커 완성차 업체 실적에 따라 협력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중견 3사가 외국자본 유입과 이탈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생산 차종이 줄어들자 협력업체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중견 3사 자동차산업 공급망 위기극복과 대응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나온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중견 3사 협력업체는 대기업 협력업체보다 영세한 반면 납품 경쟁은 치열하다. 1개 완성차 업체와 전속으로 납품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판로 다각화가 어렵고 원청기업 실적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했다.

중견 3사 납품업체의 어려움은 미래차 전환기에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에 따라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을 지원하고 있지만, 중견 3사 납품 업체는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완성차 업체가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라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현대·기아차 협력업체가 유리한 구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홍석범 원장은 "정부의 부품산업 지원 정책이 승자승 원칙에 입각한 산업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미래차 체제로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중견 3사와 협력업체에 특화한 산업 전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면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견 3사의 미래차 전환 부진으로 협력업체의 전장 부품 역량이 취약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견 3사와 부품업체 간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원·하청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