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력의 핵심은 병력(兵力)이다.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해도 병력이 없으면 수수깡 군대다. 정규군외에 예비군을 두는 국방체제가 동서고금 변함이 없는 이유다. 스파르타 시민은 30세 까지 정규군으로, 50세까지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페르시아 전쟁이 터지자 레오니다스 왕은 항전을 선포했지만, 민회가 카르네이아 제전 중 전쟁금지 원칙을 내세워 반대했다. 왕은 300명의 전사를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키다 전멸했다. 이때 왕을 따랐던 300명이 아들이 있는 예비역 노장들이었다.
이스라엘이 스파르타의 상무체제를 계승한다. 정규군이 10만명에 불과하지만 유사시에 40만명의 예비군이 주력부대로 최전선에 투입된다. 하마스와 전쟁이 벌어지자 외국에 거주하는 예비군 전력들이 속속 귀국했다. 세계경찰을 자임하는 미국도 전세계 국지전 병력의 상당수를 예비군 자원으로 충당한다. 예비군 없는 군사 강국은 상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전국가인 대한민국도 267만명(2023년 기준)의 예비군 보유국이다. 1961년 향토예비군설치법으로 탄생했지만, 1968년 1·21 사태와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제대로 군대의 꼴을 갖췄다. 노동적위군·교도대·붉은청년근위대 등 전국민이 예비군인 북한 비정규 전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병력이다. 유사시 군사작전과 대간첩 작전에 동원하는 법정 병력이니, 예비군 훈련을 기피하면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최근 한 서울대 교수가 수강생들에게 예비군 훈련을 결석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대학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논란이다. 대학과 대부분의 교수는 예비군 훈련 결석을 인정한다. 예비군법에 직장과 학교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서다.
몇몇 교수들이 돌아가며 일으키는 말썽이다. 수업 재량권을 앞세워 법을 무시한다. 혹시라도 예비군 제도에 불만이 있다면 정부를 향해 예비군 폐지 투쟁을 벌이든지 할 일이지, 국방의무를 수행 중인 예비군 대학생을 못살게 굴 일이 아니다. 1999년 군가산점 제도 폐지로 군복무 혜택이 전무해진 상황이다. 혜택은 고사하고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건, 뭔가 딴 생각이 있지 않고서는 스승이 할 일이 아니다. 예비군법 위반으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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