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인천본사정치부차장.jpg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지난 22일 폐막한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흥미롭게 본 단편 극영화 2편을 소개한다.

'거북이'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중국계 한국인 소녀의 짤막한 성장담이다. 그의 출신을 둘러싼 혐오의 시선이 두려운 소녀는 중국어로 말을 걸며 차를 권하는 자신의 할머니가 너무 싫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집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북이를 선의로 집으로 들이게 되지만, 그 일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다시 접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주인공 소녀를 바라보는 이 영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유학 중인 콜롬비아 출신 야라 가리 감독이 연출했다. 우리가 흔히 알듯 바다나 물가에 사는 게 아닌 육지에 사는 거북이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은유다.

한원영 감독의 '되돌리기'는 육군 대위와 탈북민의 청춘 연애담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는 육군 대위는 여성이고, 인근 작은 양식장에서 일하는 탈북민은 남성이다. 이 영화 프로그램 노트에 쓰였듯 '탈북민과 군인이라는 신분이 서로 정치적으로 대립하거나 군사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위치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이질감이나 긴장감을 느낀다면 그건 이 커플이 아니라 우리의 선입견이나 편견과 연관된다.

영화 속에서도 탈북민 남자친구를 주변에 소개하길 꺼리면서 이들은 갈등하고 다툰다. 그런데 탈북민 남자친구는 우리가 익히 봤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우선 꽃미남이고, 사투리가 전혀 없다. 양식장 작업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전자시계와 티셔츠 등 패션 스타일도 좋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다. 이들의 연애는 가능할까. 영화에선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있을 법한 이야기 혹은 어딘가에 분명 있을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는 이들이 적을뿐이다.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가치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천만 영화'도 좋지만, 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장소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