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학교폭력 부실 대응 규탄기자회견
인천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최근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장애 학생 학교폭력 부실 대응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학생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5.27 /조재현기자 jhc@kyeonigin.com
 

자폐성 장애 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성추행 등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학생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해 학생들과 다시 마주칠까봐 두려워 등교하지 못하다가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까지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인천 A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B(17)군이 지난달 4일 다른 반 학생 3명에게 성추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호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B군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이 아이의 상의 지퍼를 내린 뒤 가슴을 손바닥으로 비비거나 꼬집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을 통한 조사를 진행한 뒤 B군이 학습도움실에서 특수교사와 함께 머물도록 하며 피해·가해 학생들간 분리 조치를 했고, 가해 학생이 모두 특정된 후에는 인천시교육청에 해당 사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B군 어머니는 학교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반박한다. 학습도움실은 가해 학생들의 교실 바로 앞이라 사실상 분리 효과가 없었고, 성 관련 사안임에도 학교 측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아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데도 가해 학생들과의 화해를 학교 측이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B군이 원한 장소가 학습도움실이었고, 특수교사도 함께 있었다며 학교폭력 조사와 분리 조치는 제대로 진행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B군은 등교하지 못하다가 다른 학교로 전학했으며, 우울과 불안 등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B군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합당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지난 27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며 학교 측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의 깊은 상처를 보듬기 위해 가해 학생들의 반성과 진정 어린 사과, 그리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교내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없도록 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장애 학생과 관련된 학교폭력 처리 절차 등에 빈틈이 없는지 숙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