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정쟁 국회로 비난받았던 21대 국회가 끝까지 정쟁용 촌극으로 임기를 마쳤다. 국회는 28일 21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을 1호 안건으로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채상병특검법은 지난 2일 야당이 단독 강행처리했지만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이날 재표결에 부쳐졌다.
결과는 예상됐었다. 재의 요구된 법안의 통과엔 재적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특검법 통과는 여야 의석 분포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재표결을 강행했고, 당론으로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설득 공세를 벌였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5명이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야당은 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여당 이탈표가 확대될 경우 여당의 자중지란과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정략적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여당 내부의 공개적인 특검법 찬성 소신표를 야당 내부의 침묵하는 반란표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에 정략적 타격을 가하려던 의도가 야권의 내부 출혈로 전복된 셈이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처리하려면 의석수가 개헌선에 육박한 22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고, 실제로 민주당은 특검법 부결시 22대 국회 개원 즉시 추진을 공언했다. 이번 특검법 재표결이 특검법 정국에 여권을 가두려는 정략적 의도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야당의 예상대로 여당과 대통령실은 특검법 재표결 반대에 올인하면서, 야당에 끌려다니는 피동적 정치행태로 비판 여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민지지가 획기적으로 올라간 것도 아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도 박스권에 갇힌 건 마찬가지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파악할 수 있는 민주당의 정략적 태도에 대한 반발 민심도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주역으로서 채상병특검법을 다음 국회로 미루고, 국민연금개혁안·사용후핵연료처리법·반도체투자세공제법·구하라법 등 각종 민생·경제·사회 현안 관련 입법에 집중해 통과시켰다면, 야당이 독주할 22대 국회를 우려하는 중도 민심을 지지층으로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법안들이 특검법 재표결 정쟁에 오늘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깃털 같은 정략적 이익 때문에 귀중한 정치적 이익을 포기한 셈이다. 22대 국회가 불안한 21대 국회의 마지막 촌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