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영통보건소 앞 노상에서 발견된 대남 전단 추정 물체. 2024.5.29  /연합뉴스=독자 제공
수원시 영통구 영통보건소 앞 노상에서 발견된 대남 전단 추정 물체. 2024.5.29 /연합뉴스=독자 제공

지난 밤 북한이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을 날려보낸 뒤 경기지역 곳곳에 발송된 재난 문자에 놀랐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29일 오전까지 경기북부 접경지역뿐 아니라 경기남부지역에서도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남양주시에 사는 정모(28)씨는 지난 28일 오후 11시34분께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 물체 식별’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고 “자려고 누웠는데 핸드폰에서 재난 경보가 울려서 온가족이 너무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포천시 영북면에서 산란계 농가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혹여 오염물질이 섞여 날라오진 않았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는 “삐라(전단)를 보냈다는 알림이 밤중에 울려 당황스럽긴했지만, 북한과 가깝고 삐라 살포는 전에도 있던 일이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면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넘어와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처럼 혹시 오염물질이 담겨 조류독감 같은 걸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재난 문자에 영어로 ‘Air raid’(공습)이라는 표현이 담긴 탓에 불안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다. 오모(46·파주시)씨는 “재난문자를 자주 받았지만, 평소와 다른 내용의 영문 표현이 쓰여 더 놀란 것 같다”며 “처음에 악성코드가 날라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 다 받은 것을 보고 그게(악성코드)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29일 오전 파주시에서 발견된 풍선 잔해.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쓰레기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봉투로 군 당국은 해당 물질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2024.5.29 /연합뉴스=독자 제공
29일 오전 파주시에서 발견된 풍선 잔해.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쓰레기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봉투로 군 당국은 해당 물질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2024.5.29 /연합뉴스=독자 제공

이날 관계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가 전날 밤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전단 살포용 물체가 전방지역에서 관측됐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전까지 경기와 강원지역 곳곳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28일 오후 10시17분께 동두천시에 있는 한 식당 건물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와 매달린 거름주머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3시20분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인근 전신주에 풍선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걸려있다는 신고가 있었으며, 성남시 수정구 아파트,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남·북부 지역 곳곳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경기도 전역에서 관련 112신고는 23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과 관련된 신고가 각각 78건, 153건씩 들어왔다고 밝혔다. 신고 내용은 발견된 풍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풍선에는 공통으로 대변 거름 등 오물, 건전지와 신발 조각 등 쓰레기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잔해에서 대남 전단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합참은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