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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북한의 대남 삐라를 흔하게 주웠다. 남한 체제와 정부를 비난하고 월북을 권하는 선전과 선동엔 관심 없었지만, 일단 손에 들어온 삐라는 작은 횡재였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들고 가면 공책 몇권, 연필 몇자루와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사용 전단지 삐라는 효과가 검증된 심리전의 핵심 수단이다. 유사시 적군의 사기와 적국민의 전쟁의지를 꺾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전세를 주도할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2차대전 말기에 도쿄 대공습에 나선 미군은 미리 융단 폭격 일정표를 인쇄한 삐라부터 뿌렸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일본은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일본 본토에 공포와 절망을 심기에 충분했다.

북한도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하거나 비슷할 무렵 삐라 살포를 주도했고, 남한 정부는 공책과 연필로 확산을 막았던 셈이다. 남한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한민국이 심리전의 주도권을 잡았고, 그 결과 북한 주민의 탈북이 이어졌다. 북한 체제에 원한이 깊은 탈북민 단체들이 국내외 단체의 후원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했다.

북한 당국은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공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세습체제에 위협적이라는 반증이었다. 급기야 2020년 북한 실세 김여정이 대북 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야 말았다. 말폭탄으로 탈북민의 삐라 폭탄을 막지 못하자 실제로 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북한의 강경책에 놀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었지만, 헌법재판소가 2023년 위헌 결정을 내려 머쓱해졌다. 첨단무기 시대에도 대단한 삐라의 위력을 증명하는 소동이었다.

28일 밤 경기도 일원 도민들이 경보음에 놀라 스마트폰을 열어봤다.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 경보였다. 다음날 북한에서 날려 보낸 풍선 200여개가 서울 시내와 성남 아파트단지 등 전국에서 발견됐다. 살포된 건 오물 더미이니 삐라로 보기 애매하다.

선전·선동 삐라를 뿌려봐야 씨알도 안먹히니 오물인데, 유치하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대남전단 풍선이 전국에 떨어졌다. 삐라나 오물 보다 심각한 내용물을 담을 수도 있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 강국 아닌가. 싸구려 북한 드론이 서울을 휘젓고 간 적도 있다. 경계할 일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