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팰리스 자리 5개월째 철골 앙상
낙하물 사고·붕괴 등 우려… 탄냄새도
지자체 "사유재산 마음대로 처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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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호구포역 호텔 주차장이 화재로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2024.5.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인천 남동구 한 호텔 주차장 건물이 5개월 넘게 방치돼 있다. 폐허가 된 건물 인근 상인들은 낙하물 사고나 건물 붕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그랜드팰리스 호텔은 외벽이 화마로 검게 그을려 있고, 옆 주차장 건물은 철골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화재 현장 주변은 여전히 탄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전소된 차량과 건물 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호텔 바로 옆 중식당 직원 박모씨는 "지난 3월엔 불에 탄 패널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구청 직원들이 와서 손상된 건물 외벽 패널들을 제거했다"며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두렵다. 흉물이 된 건물을 아예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 인근 상인들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습한 날엔 탄 냄새가 더 강하게 나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토로했다.

아귀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비만 오면 호텔에서 탄 냄새가 진동한다"며 "악취 속에 유해 성분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했다.

이어 "식당이 호텔에 인접해 있다 보니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엔 호텔 잔해가 떨어질까 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낙하물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지만, 담당 지자체인 남동구청은 관련법상 구청 차원에서 호텔 건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건물주와 호텔 관리 대행업체가 화재의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 중이어서 건물 처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남동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호텔 건물 관련) 민원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해 인근 상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호텔은 사유 재산인 만큼 구청 차원에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어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에서는 지난해 12월 큰불이 나 투숙객 등 54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허리·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호텔 대표이사는 안전관리 소홀 등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29일 경인일보는 화재 건물 처리와 관련해 호텔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