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가업 승계에는 최소한 1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천지역 중소기업들도 지금 당장 가업 승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박수복 인천지방국세청장은 29일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열린 '제24회 인천산단 CEO 아카데미 아침특강' 강연자로 나와 이같이 밝히고 가업 승계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업 승계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강연한 박수복 청장은 "갑작스러운 경영인의 부재로 가업 승계 절차를 급하게 시작하려면 상속세 등 세금 문제로 기업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이는 다음 경영인뿐 아니라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전에 가업 승계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청장은 가업 승계 절차에 10년, 사후 관리에 5년 등 최소 15년을 투자해야 정상적인 가업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은 19년, 호반그룹은 15년에 걸쳐 가업 승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업 승계 증여세 특례와 가업 상속 공제 혜택 등 관련법에 상속세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며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가업 승계 증여세 특례와 가업 상속 공제 혜택 등을 받으려면 관련 요건이 까다로워 중소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박 청장은 설명했다.
가업 승계 증여세 특례와 가업 상속 공제 혜택은 연간 300여건만 승인되고 있다고 한다.
박 청장은 "차기 경영인이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나중에 합병하는 형태로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에 밥솥을 납품하던 쿠쿠전자는 영업·마케팅·유통을 담당하는 법인을 2세 경영인이 별도로 만들었다"며 "2세 경영인의 법인이 커지면서 쿠쿠전자 본사와 합병 절차를 진행했고, 상속세보다 비교적 적은 법인세와 증여세를 내는 것으로 가업 승계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이날 인천국세청의 '가업 승계 중소기업 1:1 맞춤형 컨설팅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인천국세청은 오는 7월 한 달 동안 신청을 받아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가업 승계를 어려워하는 중소기업이 많아 국세청에서 처음으로 세금을 줄여주는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벌이고 있다"며 "많은 기업이 참여해 가업 승계 과정을 차질 없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