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살포용' 전국서 발견

"Air raid, 영문 포함돼 더 깜짝"
도내 13곳 발송… 잇단 발견 신고
"전염물질이 담겨 있을까 걱정…"
인천, 강화서 추정물 신고·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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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지난 28일 도내 13개 지역에 보낸 위급 재난 문자. 2024.5.28 /독자 제공

북한이 지난 28일 밤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을 날려보낸 뒤 경기지역 곳곳에 발송된 재난문자에 놀랐다는 시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남양주시에 사는 정모(28)씨는 지난 28일 오후 11시34분께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 물체 식별'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고 "자려고 누웠는데 핸드폰에서 재난 경보가 울려서 온 가족이 너무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포천시 영북면에서 산란계 농가를 운영하는 김모(64)씨는 혹여 전염원이 섞여 날아오진 않았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그는 "삐라(전단)를 보냈다는 알림이 밤중에 울려 당황스러웠지만, 사는 곳이 북한과 가깝고 삐라 살포는 전에도 있던 일이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면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넘어와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처럼 혹시 전염물질이 담겨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용인서 발견된 대남 살포용 추정 풍선
2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텃밭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내려앉아 있다. 2024.5.29 /연합뉴스

재난 문자에 영어로 'Air raid(공습)'라는 표현이 담긴 탓에 불안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다. 오모(46·파주시)씨는 "재난문자를 자주 받았지만, 평소와 다른 내용의 영문 표현이 쓰여 더 놀란 것 같다"며 "처음에 악성코드 문자가 날아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 다 받은 것을 보고 그게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같은 문자는 파주·고양·의정부·포천·수원·오산·용인 등 도내 13개 시군에 발송됐다.

29일 경기북부 접경지역뿐 아니라 경기남부와 인천 지역에서도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 28일 오후 10시17분께 동두천시에 있는 한 식당 건물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와 함께 매달린 거름 주머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다음날 오전 3시20분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 인근 전신주에 풍선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걸려있다는 신고가 있었다. 이 밖에도 성남시 수정구 아파트와 평택시 사후동 저수지 나무 위 등 경기남·북부 지역 곳곳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인천에도 관련 112신고가 접수됐다.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서 대남 전단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경찰에 들어왔다. 경찰은 군 당국과 함께 해당 풍선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또 강화지역에서는 북에서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추가로 이어지고 있다.

군 당국은 풍선 잔해에 대남 전단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합참은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정운·김도란·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