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이틀 연속 GPS 전파 교란 공격을 하면서 인천 해역에서 어선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조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3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운항하던 여객선과 어선, 상선 등 103척의 선박에서 GPS 전파 교란이 발생했다.
북한은 지난 28일 오물을 실은 ‘대남 풍선’을 날려 보낸 데 이어 GPS 전파 교란, 탄도미사일(SRBM) 추정 비행체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GPS 전파 교란 행위는 군은 물론 민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출어한 어선들이 선박이나 통발 위치를 찾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민들은 이날 전자 해도를 볼 수 있는 ‘GPS 플로터’나 선박 위치를 알리는 브이패스(V-PASS),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 장비 오작동으로 2시간 가량 조업을 중단해야 했다.
옹진군 연평도 해역에서 조업하던 이진수 선장은 “어제부터 GPS가 선박을 현재 위치보다 북쪽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현재 위치가 제대로 파악이 안되니까 제대로 조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태원 성덕호 선장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장비들이 작동하지 않아 연평도 해상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했다”며 “조업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입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도발 행위가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극심하다”고 했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행위는 인천과 인접한 경기 김포 대명항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형 김포어촌계장은 “대명항에서 출항한 어선들도 GPS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어선 간 충돌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해5도를 오가는 여객선이나 항공기에서도 GPS 전파 교란이 발생했지만, 운항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인천~백령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코리아프린세스호’는 이날 오전 백령도에서 출항한 뒤 GPS 전파 교란 영향을 받았다. 이 선박을 운용하는 고려고속훼리 관계자는 “GPS 전파 교란으로 현재 위치가 아닌 다른 지점으로 표기됐다”며 “자이로콤파스 등 다른 장비들을 함께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항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고 했다.
항공기에서는 GPS 전파 교란에 따른 수신 장애가 접수돼 관계당국이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인천시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기관 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나섰다. 인천시 관계자는 “군 당국, 해양수산부 등과 인천 내 GPS 전파 교란 피해 상황을 공유하면서 공동 대응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안전한 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어업인 단체에 유의 사항을 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