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28년만에 사진 남겨"
iH 등 지역사회 지원 아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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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백암재단이 주최한 한마음 합동결혼식이 열린 지난 달 3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CN천년부페웨딩홀 주안점에서 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행진을 하고 있다. 2024.5.3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평생 꿈꾸던 웨딩드레스를 드디어 입었네요. 정말 예뻐요."

지난달 31일 오후 6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웨딩홀. 이날 주인공인 신부 조희숙(66)씨는 웨딩드레스를 매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조씨는 "집에 결혼사진이 없는 것이 항상 속상했는데 혼인신고한 지 28년 만에 드디어 예쁜 드레스를 입고 결혼사진을 찍게 됐다"며 "많이 늦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우리 부부가 그동안 잘살아왔고, 앞으로도 잘살겠다는 다짐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조씨의 남편 전서환(73)씨는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지금까지 미뤄왔다"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지금이라도 결혼식을 올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랑 전서환, 신부 조희숙씨 등 5쌍의 부부는 친구와 가족 등 하객 200여 명 앞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중국 국적 신부 장문영(55)씨는 "항상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하겠다"며 부부서약서를 중국어로 읽기도 했다. 신랑 정태화(70)씨는 "18년 전 아내가 나를 믿고 멀리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결혼식을 열어주지 못했다"며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백암재단 인천종합사회복지관은 1993년부터 어려운 가정 형편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지역 저소득가정, 북한이탈주민·장애인·다문화가정 등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244쌍의 부부가 복지관의 도움으로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합동결혼식은 하객들의 축복과 함께 지역사회의 지원 아래 진행됐다. iH(인천도시공사)와 CN천년웨딩홀 등이 비용과 예식장·드레스 등을 지원했다. 인하대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오케바리'는 축하공연을 맡았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김옥춘(52)씨는 "신랑과 신부가 멋지고 예쁘게 차려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늦은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인천종합사회복지관 이승연 관장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오랫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가정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