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개원 벽두부터 여야의 협치 가능성은 아예 거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데드라인을 법정시한인 7일로 못박고,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오겠다는 민주당의 의도에 국민의힘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실상 힘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원 구성 협상과 관련 "이번엔 법대로 오는 7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꼭 마쳐야 한다"며 "가능하면 합의하되, 몽리를 부리거나 소수가 부당하게 버틴다고 끌려다닌다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 7일째인 5일 첫 본회의가 열리고, 이후 사흘 내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정해진 기한까지 여야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다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 대표의 엄포에 가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당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대한민국 국회는 승자독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따라 의석을 기준으로 배분해 왔다. 이 과정이 늦어지면서 '지각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야 협상이 잘 안된다고 해서 다수당이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합의제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하면 결국 다수결로 가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다수결 정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 정치발전의 방향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법안을 무력화 시키는 행태가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석으로만 밀어붙인다면 '정치'라는 영역 자체가 설 공간을 잃게 된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여야 모두 상대방에게 잘못을 돌리지만 여야 합의가 번번이 무산되는 데에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 크다. 그렇더라도 국회 원 구성부터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국회법에 정해진 기한 내 상임위원장 선출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다수당이 의석을 다 가져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22대 원구성부터 여야가 협치의 정신을 살리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