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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인천 앞바다에서 운항하던 여객선과 어선, 상선 등 103척의 선박에서 GPS 전파 교란이 발생했다. 사진은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돼 있는 여객선 모습. /경인일보DB
 

북한이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닷새 연속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가해와 연평도를 비롯한 서북단 도서지역의 우리 어민들이 조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가해진 GPS 전파 교란의 경우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지속됐는데 인천 앞바다에서 운항하던 여객선과 어선, 상선 등 103척의 선박에서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어민들은 전자해도를 볼 수 있는 GPS 장비나 선박 자동식별 장치 등의 오작동으로 조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어장이나 어구 위치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NLL을 월경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은 저강도·저비용 공격인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 도발'이다. 대규모 군사적 충돌은 피하면서 사이버 해킹, 소규모 테러, 국가 기간시설 파괴, 가짜뉴스 유포 등으로 적에게 타격을 주는 공격에 해당된다. 북한의 도발은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제출한 'GPS 전파 교란 피해 사례' 자료를 보면 2010년 8월의 공격으로 항공기 15대, 해군 함정 1대가 위험에 빠졌고, 2011년 3월에는 항공기 106대, 함정 3척, 선박 7척이 피해를 봤다. 그리고 2012년 4월에는 항공기 1천16대, 선박 218척, 어선 36척이 전파 교란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공격은 지난 2016년에 있었다. 이번 GPS 전파 교란은 8년 만에 재개된 전자전 도발이다.

북한의 전자전은 군사적 측면은 물론이고 우리 민간부문에 상상 이상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서해 도서 어민들의 조업 차질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서의 심각한 교통대란 야기도 가능하다. NLL에 가까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전면 마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미 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같은 전자전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국회가 지적한 게 이미 11년 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국민을 안심시킬만한 국가적 대응태세는 여전히 미흡하다. 북한이 모질게 작정하고 도발을 감행할 때 얼마나 큰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일이 됐다.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