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구청앞 익명 기부·감사 편지
악성민원 문제 대두속 선행 눈길
"당연한 일 했을뿐… 더 힘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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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용인시 수지구청 입구에 컵라면 4상자와 편지 한 통이 놓여 있다.2024.6.3./독자제공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3일 오전 용인시 수지구청. 출근 시간대부터 구청 입구 앞에 컵라면 4상자와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자신을 관내 'A학교 학부모'라고 소개한 편지 작성자는 구청 직원들에 감사함을 표하는 글귀를 써내려갔다.

작성자는 편지를 통해 "A학교는 수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지난 여름부터 얼마 전까지 해당 구간에 안전펜스 설치와 어린이보호구역 표시 등 많은 문제들이 해결됐다"며 "학생들의 안전 하나만 바라보고 현장을 찾아 노력하고 실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마도 오고 출장도 바쁘실 텐데 조금이라도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컵라면을 준비했다. 부족해 죄송하지만 쉬실 때 조금이라도 힘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악성민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경기지역 관공서에 '익명 기부' 사례가 잇따르며 지역사회에서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경기도청 지하주차장에서도 컵라면 44상자와 함께 "고생하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감사하다"는 편지가 발견됐다. 지난해 도청과 수원시청, 관내 보건소 등에서는 익명 기부자가 컵라면 수십 상자를 두고 사라지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이는 민원인 피해로 침체됐던 공직사회 분위기와 대비돼 눈길을 끈다. 올해 초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한 공무원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전국 관공서에서 안타까운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름 비공개' 등 보호 차원의 조치들이 하나둘씩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공직사회와 민원인의 거리는 여전히 멀어지는 흐름이다.

공직자들은 이 같은 민원인의 선행에 감사함을 표하며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지구 관계자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민망하기도 하다"면서 "평소에도 따뜻한 말씀으로 감사를 전하는 민원인도 많으신데, 덕분에 담당자들은 힘을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편지에서 구청과 함께 감사 표현을 전달받은 용인시의회 이교우 의원도 "숱한 민원을 처리하면서도 이렇게 종종 감사하다는 말씀을 들으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