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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경제부 차장
커피숍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여름철이면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 판매한다. 과일 주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단연 수박 주스다. 출하량이 많은 이맘때는 수박 가격이 내려가 매출 올리기에도 그만이다. 하지만 요즘 수박 1통 가격이 보통 2만원을 훌쩍 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수박값을 비교해 구매한다. 그는 될 수 있으면 손님들에게 맛도 좋고 품질까지 인증받은 수박을 구매하기 위해 주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직접 찾는다고 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같은 크기라도 수박 가격은 물론 당도 차이가 거의 없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며칠 전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6㎏짜리 수박 1통을 1만8천원에 샀는데, 집 근처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집 앞 청과물가게도 가격 차이가 없었다"며 "농협중앙회가 보증한다는 '뜨라네' 스티커까지 붙어 있었는데, 품질이나 당도 차이도 없어 크게 실망했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가며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는데, 매번 실망만 하고 돌아오니 이젠 갈 이유가 사라졌다"고 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과일값이 너무 부담스럽다', '비싸서 아예 보지도 않아요', '사고 싶은데 가계부 때문에 그냥 안 쳐다보고 지나간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과 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소비자들이 시중보다 크게는 30% 정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탓에 믿고 찾는 곳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 3월에는 비가 너무 잦아 일조량이 부족했고, '이상 저온'이 계속되면서 과일값이 치솟고 있다. 앞으로 저렴한 가격에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를 쌓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그간 쌓아 온 신뢰도 잃어가고 있음을 주의하길 바란다.

/이상훈 경제부 차장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