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수 우타고코로, 진정성 있는 울림
김호중은 음주운전 은폐하려 세상 기망
거짓으로 꾸민 마음, 영광을 물거품으로
'진실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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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
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 여자 가수다. 올해 나이 50세. 일찍이 자신의 노래가 한 제약회사 이온음료의 CM송으로 채택된 적도 있지만 30년 노래 인생은 대체로 무명에 가깝다. 아이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고향 마을에서 남편과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말마다 직접 무대에 오른다. 그 공간은 지역사회의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와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여자 서바이벌 음악오디션에 출전해 최종 성적 2위로 일본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한국을 첫 방문하게 된 계기다.

올해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6회에 걸쳐 방송된 한·일 음악 대결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우리 대중음악 팬들의 가슴을 울린 몇 안 되는 일본 가수로 기억될 무대를 만들어 냈다. 박정현의 맑고 깨끗한 음색과 자우림 김윤아의 섬세한 퍼포먼스를 갖춘 노래, 좀 연륜이 있는 세대로 치자면 정훈희의 청량함과 양희은의 담박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고품격 노래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노래가 시작되면 양 팀 가수들의 눈가에 이내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한 댓글처럼 그녀의 노래는 이기려고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위로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였다.

'우타고코로'는 그녀의 예명이다. 일본식 한자어로 '歌心(가심)'이라고 쓴다. 내 마음 속의 노래라는 뜻을 가졌다. 십수 년 전 일본 TV방송의 음악프로그램에 솔로가수로 출연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이번 음악 대결프로그램에서도 노래를 할 때마다 그녀가 주문처럼 들려주는 말이 있었다.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OST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부를 땐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1980년대 일본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부른 '어릿광대의 소네트'를 준비할 땐 "제 노래가 가슴 깊이 닿을 수 있도록 부르겠다"고 약속했고, 지켰다. 진정성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어떤 울림을 남기는 지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마지막 소절을 끝낸 뒤 입술을 동그랗게 모은 채 긴 숨을 내쉬는 모습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렇게 우타고코로 리에가 감동의 무대를 펼쳐 보인 지 며칠 뒤, 국내 유명 트로트 가수이자 테너인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이 발생한다. 내용은 이미 다 아는 바다. 잘못된 건 세상을 기망하려는 그와 소속사의 태도였다. 스물두 살 막내를 포함한 매니저들에게 자기 대신 자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없애버렸다. 술잔에 입은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정황의 사건임에도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은폐와 부인을 되풀이했다. 논란 속에서도 두 차례나 대형공연을 한 뒤 그제야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김호중의 가심(假心), 거짓으로 꾸민 마음은 모든 영광과 명예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모교는 자랑스러운 동문을 기억하기 위해 교정에 세운 누각 '트바로티 집'의 현판과 안내문을 철거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모교 옆 골목길에 조성했던 관광특화거리 '김호중 소리길'의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소속사 임직원들은 전원 퇴사를 결정했고, 기획했던 모든 공연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30주년 기념 콘서트도 그중의 하나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그 엄청난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일생일대의 무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진정성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지 우리는 또 한 번 경험했다. 거짓된 마음이 자신과 주변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 지도 다시금 확인했다. 이런저런 평설(評說)을 늘어놓으면 사족이겠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세상의 화제가 된 두 사람을 이렇게 나란히 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래도 꼭 한 가지 덧붙이자면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이다.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다.

/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