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 망향대1
정부가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9ㆍ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 4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교동 망향대에서 바라본 북녘땅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6.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군사적 실천을 위한 별도의 합의로, 지상·해상·공중에서 양측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북미정상외교가 하노이 노딜로 파국을 맞은 이후부터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취급했다. 그해 11월 창린도에서 우리 서해 수역을 향해 해안포 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군 GP 총격, 대공미사일 동해 낙탄, 무인기 영공 침범 등 끊임없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급기야 지난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우리측이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시키자, 북한은 아예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정부의 이번 9·19 군사합의 전면 폐지 결정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서해 GPS 교란 도발이 계기가 됐지만, 이미 북한측의 도발로 폐기된 합의를 공식적으로 백지화한데 불과하다. 우리 측의 일방적인 군사합의 준수로 북측의 일방적인 도발을 저지할 자위력이 무기력해진 지 오래됐다. 내륙의 군사분계선과 해상의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일체의 육·해·공 훈련과 군사적 대응을 금지한 합의를 지키느라, 북한이 서해를 끊임없이 도발하는 동안에도 서해5도 해병들은 육지에서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지경이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서해를 비롯한 전방 군사분계선에서 북측의 도발에 대응하는 합법적인 자위권의 유지와 행사를 복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오물풍선과 GPS 교란 공격에 대한 비례 대응으로 대북방송 재개를 준비한 상태다. 또한 폐기된 군사합의상의 완충구역에서 포사격 등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강력 대응 방침이 북한의 군사도발을 멈출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오물풍선 사태를 평가하는 우리 내부의 엇갈린 평가에서 보듯, 북한은 군사적 효과보다는 남한 내부의 갈등을 일으키는 심리전 차원에서라도 의도적 도발을 이어갈 것이 확실하다.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측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을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도 있다. 방공망을 뚫고 서울 상공을 휘저은 무인기나, 전국 주요 보안시설에 낙하한 오물풍선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서해5도와 내륙의 전방 초소를 중심으로 철통 같은 경계망을 작동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