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정부와 경영계는 기업의 지불 능력 부족,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이유로 '동결' 또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해서 인하하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최저임금법입니다. 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만이 아니라, 충분한 휴식으로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 전반적인 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그럼 지금의 임금은 노동재생산을 할 수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적정임금일까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지하철과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폭이 최근 5년새 가장 높았습니다. 상하수도, 도시가스, 지하철, 택시, 버스, 쓰레기 봉투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 6종은 전년도보다 평균 3.7% 올랐습니다. 지난 2~3월 물가상승률 3.1%, 4월 2.9%, 5월 2.7% 상승하는 등 매월 3%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하반기 공공요금이 또 인상될 전망입니다.
1만원으로 식사 1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라면도 5천원, 김밥도 5천원이 넘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 서민들은 편의점 도시락 또는 삼각김밥, 때로는 두유 등으로 한끼를 때웁니다. 임금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실질근로소득이 3.9% 하락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 논의 기준으로 비혼단신가구생계비를 조사합니다. 그런데 1인가구 생계비조차도 월 250여만원 됩니다. 평균 가구원수가 2.7명 된다고 하는데,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 최저임금은 터무니없이 생활에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까지 적용돼 올해 실질적으로 임금이 하락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금 빼고 다 올랐다'라는 하소연을 올해 초부터 국민들은 하고 있습니다.
2025년도 최저임금 기준은 국민들이 '임금이 생활할 만큼 인상됐구나'라고 체감하는 만큼의 인상이 돼야 합니다. 임금인상률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상해서 물가상승률, 연간 공공요금 인상률까지 포함한 수준이 돼야 합니다.
정부와 경영계는 인상은커녕, 업종별 차등적용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 인상을 막아보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만듭니다. 업종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은 특정업종을 정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아도 되는 업종을 무슨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지 연구도, 국민적 논의도 진행한 적 없습니다. 단순히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이유 하나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는 임금을 적게 받아도 된다고 논의되는 업종의 종사자에 대해서는 심각한 차별입니다. 업종별 차등 문제는 짧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로 결정할 수 없으며, 대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고용형태에 따라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였지만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최소한의 생존권 보호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늘었습니다.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없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노동자라고 인정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한 대로 적정임금이 되도록 실질적인 인상이 절실한 때입니다.
/전지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