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 채취 국과수 분석 의뢰

3명 구속 '학대 수사' 마무리 단계
타인의 DNA 발견땐 새 국면 전환


인천 A교회에서 벌어진 여고생(17)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학대뿐 아니라 성범죄 피해 여부까지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사망한 여고생 몸에서) 성폭력 증거 채취 응급키트로 채취한 (DNA) 정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성폭력 증거 채취 응급키트(이하 성폭력 키트)는 피해자가 성폭행 등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정황을 발견했을 때 사용한다.

피해자 신체에 남은 타액, 손톱, 정액, 머리카락 등을 의료진이 채취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한다. 만약 분석을 의뢰한 성폭력 키트에서 숨진 여고생의 것이 아닌 타인의 DNA가 발견되면 수사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는 "(키트는) 기본적으로 성폭력 피해가 육안으로 의심될 때 사용한다"며 "성폭행 의심 상황이 아닌데 무작정 키트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키트를 사용했다고 해서 성폭행 피해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여고생과 함께 A교회에서 생활한 여성 신도 B(55)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했다가 아동학대치사로 혐의를 변경해 구속 송치했다. 또 B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해 A교회가 속한 교단의 합창단 단장 박모(52)씨와 단원 조모(41)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박씨와 조씨도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다가,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바꿔 검찰로 넘겼다.(6월4일자 6면 보도=A교회 합창단장·단원 '학대치사'로 검찰 송치)

이 여고생은 올해 3월부터 A교회에서 B씨와 지내다 지난달 15일 숨졌다. 발견 당시 온몸에선 멍자국이 발견됐고, 손목에는 붕대 등으로 결박된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그동안 '학대' 관련 수사에 방점을 뒀다. 구속된 B씨 등 3명이 모두 여고생을 학대하는 데 가담했고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성폭력 키트 분석 결과에서 성범죄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수사는 새 국면을 맞으며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 3명을 송치하면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현재는 교회 관련 제보 등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성폭력 키트 결과가 나오면 추가 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변민철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