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웅 감독 연출 '문명의 끝에서'
한국경쟁부문… 18일 상영회도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중심으로 한국의 쓰레기 처리 문제를 직시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문명의 끝에서'(6월4일자 15면 보도=쓰레기의 여정서 '문명의 말로'를 보았다)가 지난 5일 개막한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지난 9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 2관에서 영화제 수상작 발표·시상식과 상영회를 열고, 임기웅 감독이 연출한 '문명의 끝에서'를 한국경쟁부문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환경 주제의 국제 영화제 가운데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세계 3대 환경영화제'로 꼽힌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는 전 세계 128개국에서 총 2천871편이 출품됐고, 예심을 거친 본선 진출작 38편을 포함해 27개국 78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제의 극장 상영은 지난 9일 마무리됐고, 이달 30일까지 온라인 상영이 이어진다.

영화 '문명의 끝에서'는 길거리의 쓰레기와 폐지 등 재활용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지 추적하는 1부 '서쪽 끝 쓰레기 도시'와 청년 예술인의 시선으로 본 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건설 폐기물 문제를 다룬 2부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구성됐다.

주로 노인층이 수집하는 길거리 재활용품은 선별장으로 옮겨져 노인층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선별·처리하는데, 쓰레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재활용품 선별장 풍경이 압권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광활한 수도권매립지 전경과 인천 앞바다 어민들을 괴롭히는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도 조명한다. 2부에선 새 문명의 시작처럼 여겨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결국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설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문명의 끝과 맞닿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임기웅 감독은 인천을 기반으로 '만석동의 동물들' '동구 안 숨바꼭질' 등 도시와 환경 문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왔다. 임 감독은 대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일부를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인천녹색연합과 폐품 수집 노인층을 돕는 업사이클 기업 '러블리 페이퍼'에 기부하기로 했다.

임기웅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반성한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누군가를 훈계하려 만든 영화가 아니었다"며 "이 영화를 계기로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의 처우가 조금이나마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인천녹색연합은 오는 18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에서 임기웅 감독과 함께 '문명의 끝에서'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우수상은 '비밀의 화원'(김성환)이 수상했다. 국제경쟁부문에선 '조류를 거슬러'(사르브닉 카우르)가 대상을, '충돌 없는 하늘'(쏭청잉·후츠나야)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각각 받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