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초등생 지속적 괴롭힘 주장
휴대전화·이음카드·신발 등 훔쳐가
가해 보호자 적반하장 "상처"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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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생이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학교와 가해자측의 무반응과 무반성에 해당 부모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학생의 부모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학교, 그리고 반성 없는 가해 학생들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연수구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의 어머니 B씨는 지난달 13일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억장이 무너졌다. A군이 울고 있어 학원 강사가 이유를 물으니, 친구들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B씨는 "그날 여러 차례 전화를 건 끝에 아이들이 가지고 간 아들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어뒀던 이음카드는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는 강사의 말에 B씨는 지난 4월 말 아들이 신발 한 짝만 신고 집에 돌아온 일을 떠올렸다. 당시 A군은 친구들과 장난으로 신발을 숨기며 놀다가 결국 찾지 못했다고만 했다.

B씨는 걱정스럽긴 해도 그 말을 믿고 새 신발을 사줬지만, 이번 일까지 겪고 나니 더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한다.

B씨는 휴대전화 사건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괴롭힘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동급생 2명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 측은 곧바로 학교폭력전담기구를 열어 사안 조사를 했는데, 학교 한 관계자가 B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이 아닌, 친구들끼리 장난이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해 속이 무척 상했다고 한다.

결국 B씨는 인천시교육청 차원에서 열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가해 학생들의 보호자 측에서도 "우리도 A군에게 받은 피해 상황이 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했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A군의 표정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심의위 일로 압박감을 느꼈다"는 등의 이유였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이번주 중으로 해당 신고 건에 대한 학교폭력전담기구를 열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A군의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조사 등 절차를 진행했다"며 "심의위 개최 일정은 인천시교육청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B씨는 "가해 학생들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길 원한다"며 "학교와 인천시교육청 등은 아이들 장난이라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