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까지 무너질 위험"
지난 2월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형외과에서 인턴 과정을 시작하려던 김모(27·안산 거주)씨는 오는 7월 의무병으로 입대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군의관 입대를 생각했지만,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불거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 탓에 인턴 과정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김씨는 "인턴 합격 후 네 달 동안 아무것도 못한 데다 N수생이기도 한 상황이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다른 남자 동기 대부분도 다음 달 현역 입대를 앞둔 걸로 안다"며 "지금 군대 가면 인턴 합격한 병원에서 일할 수 없고 원서도 다시 내야 하지만, 복무기간도 군의관보다 짧고 다음 모집 시기를 맞출 수 있는 의무병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턴 임용을 기다리던 의대 졸업생들이 지속되는 의정 갈등의 영향으로 잇따라 현역병 입대를 준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의대생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과정 후 군복무에 나서지만, 기존에 나타나는 군의관 수요 저하 현상에 더해 의료파업 여파로 의대생 현역병 입대까지 늘어나면 향후 군의관 수급 부족 문제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실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지난 3월 병역의무 의대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천16명 중 절반가량(2천460명)이 오는 8월 내 현역병을 신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향후 의료진 부족 문제로 이어져 의료 현장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소속 한 의대 교수는 "군 복무기간이 18개월까지 줄어든 현역병에 비해 비교적 복무기간이 긴 군의관의 장점이 줄어들어 의대생이 현역 입대하는 추세는 기존에도 있었다"면서도 "전공의 단계에 돌입해야 하는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가 지속되면 군의관 수급의 어려움을 넘어 전공의가 없는 틈을 다른 의료진이 메우는 등 지역의료체계까지 줄지어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군의관 임관에서 수요 부족 등 문제가 나타나진 않았다"면서도 "아직 의료파업 상황이 정리되지 않아 예측과 판단이 어렵지만,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유관부처와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