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휴진 소식… 커지는 걱정

의료진 의존도 높고 생사 달려있어
"의-정, 지나친 힘겨루기" 쓴소리
정부 "소통 적극 시도, 회신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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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와 의협 사이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2024.6.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연이어 집단휴진을 결의해 다음주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6월10일자 2면 보도)이 높아지면서, 의료진 의존도가 높은 중증환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오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백모(64)씨는 유방암 수술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병원을 방문했다. 4년 전 대장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유방암으로 전이된 걸 확인하고 지난 2월말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는 17일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면 휴진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백씨는 눈앞이 캄캄해진 상황이다. 백씨는 "암 완치를 위해 3개월마다 검사를 받으며 암세포 유무를 확인해야 하고 암도 재발할 수 있어 걱정이 큰데, 교수님이 없어서 암세포 확인도 못 받고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느냐"고 우려했다.

전면 휴진의 두려움은 외래 진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3년 전부터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윤모(73)씨는 "심장에 스탠트 시술을 받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안심이 된다"며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데, 병원을 비우면 우리는 누가 돌보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의료진의 역할에 생사가 달려있는 중증환자들은 현재의 의료대란 사태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지나친 힘겨루기에 나선 결과라며 양쪽 모두를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수원의 한 상급종합병원의 암병원에서 만난 췌장암 말기환자 60대 이모씨는 "환자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부와 의사들이 아직도 싸우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며 "정부나 의사나 누군가는 자존심을 굽히고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 20개 의대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앞서 대한의사협회의 18일 전면 휴진 결정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중증환자들의 걱정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교수 단체(전국 40개 의대)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2일 정기총회를 열어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의사단체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형식 상관없이 대화를 위해 의료계와 연락을 시도 중이며 회신이 오는 대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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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