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 본격 가동
에듀테크가 모든 문제 해결 해줄까
외국은 디지털교과서 전환에 신중
교육부의 올인 모양새 납득 어려워
기술공학 아닌 교육학적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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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최근 수많은 교육 관련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수능 킬러문항, 교육발전특구, 유보통합, 늘봄학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예산 축소문제, 의대입학생 증원, 에듀테크, 교권침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수능 점수 공개 등등 연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 교육정책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총선 때문에 가려져서 제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교육현장은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책과 그 문제점이 편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교육부가 쏟아내고 있는 수많은 이슈와 정책들을 곰곰이 살펴보고 있노라면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빠져 있지 않나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자율과 경쟁, 효율성을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를 교육에 접목시키는 순간 교육보다는 훈련, 공공성보다는 효율성과 자율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고교다양화300프로젝트를 통해서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마이스터고 등 선발형 학교를 대폭 늘렸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검사를 전국 모든 학교에 실시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 정책의 주무장관이 다시 돌아와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교육발전특구를 지정하려고 계획을 제시한 바 있으며, 외국어고등학교와 자율형사립고의 2025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원천 무효화시켰다. 또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검사를 표집에서 다시 전국으로 확대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수능점수를 공개한다고 한다. 수능 점수는 전국 17개 시도별 평균값 정도만 공개되었고, 매우 제한적으로 연구에 활용될 정도였는데 이를 3년 지난 자료는 전면 공개한다고 한다. 그것도 시·군·구별 성적을 공개한다고 하니 지역별 격차가 너무나 확연하게 공개될 수밖에 없다.

에듀테크는 또 무엇인가? 교육정보화를 앞당겨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공교육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는 당연히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비교육적 요소를 어떻게 해결할지,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할지, 정말 에듀테크가 모든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는 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부터 국어, 영어, 수학, 정보 교과를 전면 AI디지털교과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고, 이를 위한 교원 연수 예산도 증액시켜서 받아놓았다. 자그마치 그 규모가 5천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연수비용만도 3천800억원이라고 한다. 과연 단기적으로 일회성 연수로 에듀테크 선도교사를 양성할 수는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수업을 디지털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 그렇게 된다고 하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 외국에서는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신중한 상황이다. 미국 교사들 대상의 설문에서 85% 정도가 디지털 교과서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고 반대한다고 한다. 서책형 교과서가 아닌 디지털교과서, 그것도 AI가 장착된 교과서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는 국내 출판사들이 과연 제대로 만들 수 있기나 한지 의심이 든다.

지금도 아직 디지털교과서의 완성된 형태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교육부는 벌써 연수에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내국세가 줄어들어 작년보다 5조원 이상이 줄어든 교육예산, 거기에 고등교육과 유보통합을 위해 또 빼내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는 가난해 지고 있는데 교육부는 너무 에듀테크에만 올인하고 있는 모양새는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다시 우리교육의 현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습을 제대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학생들의 정서적 육체적 발달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선생님들이 즐거이 가르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기술공학적 접근 말고 교육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