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12일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부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는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지진에 비해 약했지만, 전국에서 체감할 정도로 강력했다. 또 계속 이어진 여진으로 진앙지 주변 국민들은 하루 종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번 지진은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서해안에서 발생한 최초의 재난급 지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반도 전체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학계의 정설과 일반적인 믿음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수정되고 깨졌다. 학계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지형이 변형돼 단층대가 불안정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그만큼 지진 횟수도 늘어나고 강도도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실제로 두 해 연달아 발생한 경주, 포항 지진은 유례없는 강도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지진 피해를 발생시켰다.
일본 서해 쪽인 한반도 남동지역이 지진 취약지역으로 떠올랐지만 정부와 민간의 대책과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이번에 서해안까지 유의미한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 중에는 한반도에서도 진도 7.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주, 포항 지진에 이어 부안 지진이 장래에 닥칠 더욱 강력한 지진의 전조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지진은 단층을 따라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는 경주지진 이후에야 한반도 단층조사를 시작했고 2036년에나 전체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1990년대 인천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시도가 단층대 발견으로 무산됐다. 그 당시 핵폐기장 건설을 위해서라도 전국적인 단층대 조사를 완료했다면, 지진 예측과 대비를 위한 소중한 기초 자료로 활용했을 것이다. 기초자료조차 없으니 진지한 대책이 나왔을 리 없다. 2022년 12월 기준 인천의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 중 실제로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축물이 20%에 그쳤다. 그나마 전남 11.3%, 부산 12% 보다 월등하게 높고 서울의 19.5% 보다 높다. 하지만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면 이런 통계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정부는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지질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내진설계 의무화, 내진 보강공사 지원, 지진재난 대응 및 복구 매뉴얼 확립 등 대형 지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안 지진은 요란한 대피 경보가 전부인 안일한 대응에 대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