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모항 '아라온호' 年 1억5천 사용
부산 90% 독식에 지역社 입찰 소외
극지硏 가점 등 방안마련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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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모항으로 하는 아리온호의 선용품이 인천이 아닌 부산업체들이 독점하면서 인천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리온호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을 모항(母港)으로 운항 중인 국내 유일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선내에서 사용하는 물품을 부산지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국내 '선용품'(船用品·선내에서 사용하는 물품) 시장을 부산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면서 영세한 인천지역 업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인천 항만업계에 따르면 아라온호는 선용품을 1년에 2번 공급받는다. 아라온호가 받는 선용품은 약 6개월 동안 선내에서 선원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식료품뿐 아니라 선박 부품 등으로, 한 번에 7천만~8천만원 가량의 선용품이 배에 실린다.

아라온호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는 연간 1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선용품을 공급할 업체를 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는데, 모두 부산지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아라온호의 모항인 인천 업체들은 입찰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 지역 선용품 시장이 작다 보니 인천 업체들은 아라온호 선용품 입찰 소식도 제대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선용품은 인천 업체들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데, 다른 지역 업체들로만 채워지다 보니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는 10여개 영세한 선용품 업체가 산별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대규모 부산항국제선용품유통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조합도 형성돼 있어 국내 선용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아라온호 선용품 공급에 입찰하려 해도 인천지역 소재 업체에 대한 우대나 다른 지역 업체가 독점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부산지역 업체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선용품 시장의 90%는 부산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 선용품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아라온호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가 가점을 제공하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이전할 당시 인천시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에 있는 공공기관으로서 인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려한다면 선용품 공급에서도 인천 업체를 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입찰을 내더라도 인천 업체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부산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많았다"면서도 "내부 논의를 통해 인천 업체도 선용품 공급에 참여할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