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복원 '역류'… 지류도 관리해야
500m 구간 콘크리트 덮인 복개천
원적산 물길 햇빛도 못보고 썩어
"비가 오면 부유물 차단막 넘어가"
생태하천사업 한국지엠과 협력 필요
13일 오전 11시께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근처 배수 구조물 위를 덮은 녹색 천막을 들추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구조물 아래로 흐르는 물길은 인근 원적산에서 출발해 부평공장을 지나는 '세월천'이란 하천이다. 한국지엠 서문 근처부터 조립공장까지 총 500m 구간은 콘크리트 등으로 덮여 있는 복개천이다.
세월천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조립공장 인근에서도 비슷한 악취가 났다. 이날처럼 해가 쨍쨍하고 비가 오지 않은 날씨에는 세월천의 수량이 적어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 이로 인해 각종 부유물이 쌓이고 썩는 바람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이곳에는 흙탕물 위로 정체 모를 주황색 거품이 떠 있었고 날벌레가 날아다녔다.
도장공장 밑으로 흐르는 세월천 일부 구간은 1년 내내 햇빛을 보지 못해 오염이 더 심각하다. 원적산에서 시작된 깨끗한 물길은 이렇게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지나면서 썩은 물이 돼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향한다.
세월천은 인천 부평지역 대표 하천인 '굴포천'의 지류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이하 한국지엠지부)의 안내를 받아 콘크리트 등으로 덮인 세월천이 어떤 상태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지엠지부 김웅헌 대외정책협력부장은 "이 하천이 평소에는 항상 고여 있는 탓에 공장 일대에서 악취가 난다"며 "비가 오면 물의 양이 갑자기 불어나서 오랫동안 쌓여 있던 썩은 흙이나 각종 부유물이 굴포천 입구 차단막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부평구는 굴포천 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올해 말 준공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굴포천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한국지엠이 협력해 세월천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인천시와 부평구는 세월천 일부가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지나가 직접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수질하천과 관계자는 "세월천은 소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개울이라서 지자체가 나서 관리할 필요는 없다"며 "(세월천이)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부에 있어서 업체 측의 협조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장정구 대표는 "굴포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도 장마철마다 세월천에서 오염물질이 쏟아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한국지엠 공장에서 하수 배출 기준에 맞춰 정화해 내보내는 공업용수를 하수도가 아닌 세월천으로 유입시키기만 해도 세월천과 굴포천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