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일 이틀새 3건 발생 이례적
軍, 발화 장치 미발견 산림청 통보
원인 규명 못한채 미궁 빠질수도
최근 인천 강화도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 현장의 '발화' 지점 중심으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가 다수 발견된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군 당국은 오물 풍선 잔해들을 수거해 갔으며, 산림청과 인천소방본부 등은 산불과 오물 풍선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산림청은 지난 9~10일 인천 강화군에서 발생한 산불 화재 현장 3곳에서 모두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 잔해를 발견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산불이 시작된 곳의 일정 반경 범위를 산림청은 '특정 발화구역'으로 정한다. 삼산면(9일)과 양사면(10일) 야산의 특정 발화구역은 반경 5m로, 두 화재 현장에선 정확히 이 구역에 폐지 등 오물 풍선의 잔해가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하점면 봉천산의 경우엔 오물 풍선 잔해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지난 10일 오전 3시3분께 강화군 하점면 봉천산에서 난 불은 산림 등 5천㎡를 태웠고, 같은 날 오전 4시 38분께 강화군 양사면에서도 산불로 산림 등 6천600㎡가 소실됐다. 전날인 9일 낮 12시29분께 강화군 삼산면 야산에서도 불이 났었다.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방화 사건이 아니라면 이틀 사이에 3건의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8일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해 당일 오후부터 다음날인 9일까지 강화도 전역에 오물 풍선 수십 개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강화군 주민들은 혹시 이 오물 풍선들이 산불을 일으킨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강화도 산불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오물 풍선의 잔해들이 발견됐으나, 군 당국은 발화를 일으킬 만한 기폭 장치나 인화 물질 등을 찾지 못했다고 산림청에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접적인 발화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한 야산에서도 오물 풍선이 떨어진 곳에서 화재가 났지만, 인화 물질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칫 강화도 산불의 원인 규명도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2일 인천소방본부는 중구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오물 풍선 잔해에서 탄화된 흔적을 발견해 조사에 나섰다가 발화 장치 등을 발견하지 못해 '풍선을 터뜨리기 위한 기폭 장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짓고 조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강화도 산불 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다른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3곳 모두에서 오물 풍선 잔해가 발견돼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강화군 산불 발생 당시 기상 상황 등을 토대로 산불 전문조사기관인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강화군 등과 함께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는 "발화 지점 구역을 중심으로 수십미터 떨어진 곳까지 꽤 많은 오물 풍선 잔해들이 떨어진 채 불에 타 있었다"며 "다만 화재가 난 이후에 오물 풍선이 떨어졌거나 나무에 걸려 있던 오물풍선이 화재 진압 헬기에서 뿌린 물을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