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치인' 양성 취지는 국회의 다양성
정치 불문율 타파, 두 여성 고군분투
체념 맞선 '직접 개발' 궁금증 자아내
■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뉴웨이즈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68쪽. 1만9천원
이들의 정체는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다. 뉴웨이즈라는 이름이 익숙한 2030세대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뉴웨이즈가 내세우는 주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젊치인'이다. 말 그대로 젊은 정치인을 입법부로 보내는 것이다. 단순히 만 39세 이하 정치인을 양성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국회 안에 다양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정치인은 '고소득자, 전문직, 50대 이상 남성'이라는 불문율을 깨보자는 발칙한 시도다.
신간 '젊치인을 키우고 있습니다'에서는 이런 신개념 정치 에이전시이자 스타트업인 뉴웨이즈의 성장과정을 엿볼 수 있다. 박혜민과 곽민해, 뉴웨이즈를 설립한 두 젊은 여성은 일상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정치 지형 자체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에는 뉴웨이즈가 '젊치인'이라는 용어를 만든 목적, 2030세대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한 긴 고민 등이 담겼다.
정당이 아닌 일종의 에이전시를 표방하는 '뉴웨이즈'는 특정한 이념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저 좋은 공약으로 무장한 '젊치인'을 어떻게 하면 잘 키워 제도권에 안착시킬지를 고민할 뿐이다. 눈에 띄는 성과도 냈다.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138명의 후보자와 40명의 당선자를 배출해냈다. 비율로 따지자면 당시 지방선거 당선자의 10%가량이 뉴웨이즈 '젊치인' 출신이었다.
책은 정치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 한국 사회 '20대 무당(無黨)' 현상(6월7일 인터넷 보도=말을 잃은 자, 말이 없는자, 우리는 무당입니다 [20대 무당(無黨)을 찾아서·(1)])의 실마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치·사회적 발언을 꺼리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절반가량의 20대. 이런 문제적인 정체성은 알고 보면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선택지와 건강한 공론장이 없는 데서 탄생했다.
이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유권자에게 안겨줄 공약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뉴스레터 등으로 보기 좋게 정리해 알려준다. 정치적 선택지가 없다고 체념하는 게 아니라 없으면 당사자들이 개발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두 명의 저자는 "그래서 더 많은 동료 유권자가 필요하다. 뉴웨이즈가 싸우는 건 단순히 기득권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는 원래 그런 거'라는 비판이자 체념, 아니면 무관심이다. 정치는 물론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바꾸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에 맞서 한국 정치판에 갑자기 등장한 신선한 도전이자 새로운 물결이 과연 어디까지 흐를지 상상하며 책을 덮게 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