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달라는 내용의 경영계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게 지났지만 뚜렷한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불명확한 규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경영활동 위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중처법 적용대상 사업장 사망자는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에서 2022년 258명으로 8명이 증가했다가 2023년 244명으로 12명 줄었다. 중처법의 산재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경영자들은 중처법과 시행령, 정부의 해설서만으로는 '필요한' 또는 '충실한'과 같은 문구가 가득한 법령의 많은 부분들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산재예방 우수 사업장 조차 누가(의무주체), 어떤 의무를, 어디(책임영역)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경영책임자 의무 입증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반기 1회 점검 등의 의무를 이행하는 등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다했더라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의 수사뿐만 아니라 처벌에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사업자들은 중처법이 산업재해 예방보다는 처벌이 목적인 것 같다고 아우성을 치는 이유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느끼는 중처법의 부담은 훨씬 더 크다. 인력 배치 규정을 제외한 나머지 의무사항들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50인 이상 중·대규모 사업장과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 기업들이 감당하기에 의무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소규모 기업에 중처법 처벌은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예정됐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귀를 닫았다. 22대 국회가 들어서자 192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에게 다시 한 번 중처법과 시행령의 유예 또는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정치권은 제발 살려달라는 소규모 기업 경영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업주 처벌로 소규모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의 생계가 닫힌다.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극단적인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