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큰 힘 됐다”
68일간 서해랑길 1천700㎞… 하루 평균 25㎞ 걸어
17일 오후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종주 마무리
가정이나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전라도 해남군부터 인천 강화군까지 종주에 나선 활동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 서해안을 따라 64일째 걷고 있는 이계석(67) 푸른복지교육연구소 이사장이 인천에 도착해 서구 가현산에 올랐다.
대전에서 위기 청소년을 돕고 있는 그는 ‘청소년공동작업장’ 설립을 위한 모금을 위해 지난 4월 12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첫걸음을 뗐다. 배낭에는 ‘청소년 자립·자활기금 모금, 68일간 서해랑길 1천700㎞ 걷기’라고 쓰인 작은 현수막을 매달았다.
이날 만난 이 이사장은 “가정이나 학교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해 거리로 나선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정부·지자체 등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공동작업장은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터이자, 대인 관계 능력과 직업 기술 등을 키우는 배움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공동작업장 설립을 위한 캠페인으로 종주를 시작한 그는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을 올리며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청소년 활동가들이나 걷다 마주친 행인들이 그의 뜻에 공감해 기부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오이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길에선 한 청년이 “어릴 적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청소년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에게 현금 2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한 이 이사장은 “꼭 받아달라”는 청년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루 평균 25㎞를 걸었다는 그는 “무더위와 누적된 피로 탓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17일 오후 강화군 양사면 평화전망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67일간의 종주를 마친다. 그는 지인, 청소년복지활동가들과 함께 성과 보고회를 열어 종주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전에서 청소년 쉼터를 운영했던 이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청소년의 비행과 방황을 청소년의 탓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더욱 큰 관심이 필요하다. 공동작업장 설립 캠페인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