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정밀조사·부실한 보호조치… 인천시 깃대종 '위기'
계양 선주지동~평동 3㎞ 도로확장
시민단체 "인근서 수십마리 목격"
인천도시공사, 주변 포획·이주계획
인천 계양구 선주지동과 평동을 잇는 약 3㎞ 구간의 도로를 넓히는 공사장 인근에서 멸종위기 2급 동물인 '금개구리'가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도시공사가 인천시 '깃대종'이기도 한 금개구리를 제대로 보호조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클레인이 흙을 퍼내고 트럭이 오가는 이 도로 일대엔 약 250만㎡에 달하는 드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다. 논밭 옆에 난 수풀을 잘 헤쳐 보면 밝은 녹색을 띠고 등에 두 줄의 황금색 선이 있는 금개구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금개구리는 논밭에 물을 대는 수로나 주변 물웅덩이 등에 산다. 금개구리가 고개를 내민 물웅덩이에선 먼지가 둥둥 떠다녔다. 공사장 흙과 먼지 등이 수로를 타고 흘러온 것이다. 일부 수로는 흙으로 물길이 막혀 고여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이 도로 공사를 계획한 인천도시공사와 지난 2021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며 공사 시작 전 정밀조사를 하고 금개구리를 포획해 이주하도록 했다.
도로공사·개발사업 등을 진행하기 전에 생태계 파괴를 예측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실시하는 이 평가 과정에서 금개구리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도시공사는 이후 2021년 12월과 2023년 4월 두 차례에 걸친 정밀조사에서 금개구리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별다른 보호대책 없이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이곳에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계양구 평동 쪽 도로 공사장 주변에 줄을 쳐놓고 '금개구리 서식지역'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게 전부였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당시 인천도시공사가 금개구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엉터리로 정밀조사를 했다고 지적한다. 금개구리가 동면하는 12월과 4월에 정밀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금개구리는 10월부터 3~4월까지 동면하고 5~7월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장정구 대표는 "금개구리가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 조사했으니 당연히 금개구리가 없었던 것"이라며 "금개구리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요즘은 공사 현장 인근을 걷기만 해도 수십 마리의 금개구리가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앞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부실하게 생물종 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한강유역환경청의 지적을 받았다.
인천도시공사가 양서류가 동면하는 2020년 11월에 조사를 했기 때문에 양서류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한강유역환경청은 재조사를 지시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의 지적대로 인천도시공사가 2021년 8월에 진행한 재조사에선 금개구리가 확인됐다.
최근 인천도시공사는 공사장 주변 일대에서 서식하는 금개구리에 대해 포획·이주 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포획·방사를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기 위해서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민원을 받고 현장조사를 했더니 정밀조사 대상이 아니었던 구역에서 금개구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곧바로 금개구리를 포획해 이주하려고 했으나 한강유역환경청이 번식기인 올해 여름에 진행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