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지나도 납품 못한 건설자재
현대제철·동국제강 1888억·58억↑
"中 부동산 경기부진 개선 관건"

인천 철강업계가 생산량까지 조절하면서 반등에 힘쓰고 있지만 재고 물량이 계속 쌓이는 등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인천에 공장을 둔 철강기업의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은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일제히 늘었다. 현대제철의 1분기 재고자산은 6조4천687억원으로 한 분기 사이 1천888억원이 증가했다. 동국제강 역시 같은 기간 재고자산이 5천986억원에서 6천44억원으로 늘었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은 만기가 지났음에도 납품하지 못한 건설자재가 쌓였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6월 82만6천t의 철근을 올해 5월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일이 지났지만 14만1천t(2천782억원)의 철근이 아직 납품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은 2022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조달청에 52만5천t의 철근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8일 납기가 만료됐음에도 8만2천818t(867억1천900만원)이 재고로 남았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건축·토목공사도 지난해부터 감소하면서 정부기관에 납품하는 물량이 재고로 남은 것이다.

문제는 철강업계가 생산량까지 줄이고 있지만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월부터 인천공장 내 철근 전기로 설비 보수를 진행하면서 철근 생산을 줄였으나, 재고자산은 되레 늘었다.

동국제강도 재고자산이 늘어나자 인천공장 전기로를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3개월간 야간 시간대(오후 10시~ 다음날 오전 8시)에만 가동하기로 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는 여름철(6~8월)에 전기요금 할증이 시작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에도 7월 한 달간 인천공장의 야간 조업을 시범 운영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공식적으로 야간 상시 조업을 결정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재고 자산은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비수기에 해당하는 하절기에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야간 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 자재뿐 아니라 조선·자동차 산업에 납품하는 철강 품목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선업에 쓰이는 후판(6㎜ 이상의 두꺼운 강판)이나 자동차에 쓰이는 열연강판의 경우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산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제품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업계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늘어 공급과잉이 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철강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 부동산의 경기 부진이 개선돼야 하는데, 연말이 돼야 철강 수요가 완만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